미국 정부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재개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연방정부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재정지원 금지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이 15일 밝혔다. 액설로드 고문은 이날 "대통령이 관련 검토를 하고 있으며 곧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와 취임연설 등을 통해 배아줄기세포 연구제한을 해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전임 부시 대통령은 2001년 8월 연방정부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생명체인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여기는 보수기독교 지지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파킨슨병 당뇨병 심장병 척추부상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미 생명공학 기업인 제론이 정부 지원 없이 사상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추손상을 치료하려는 임상실험을 승인한 바 있다.

미 정부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재개함에 따라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연구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는 3년째 중단된 상태다. 다만 생명윤리법상 연구 목적 및 방법 등에서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현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은 황 박사가 연구 책임자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차병원 두 곳뿐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5일 차병원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심의했으나 연구계획서에 미비점이 많다는 이유로 보류했다. 생명윤리위는 두 달 안에 수정 · 보완한 연구계획서를 다시 제출받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황경남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