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제작비 절감

연예계도 불황의 한파를 맞고 있다.

대형 가수들을 보유한 가요계 대표 기획사들도 한해 수억~수십억 원 씩 적자인데다, 연예인만 돈을 버는 구조로 바뀌면서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연예기획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획사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기름 값, 식대 등의 운영비를 아끼고 있다.

외부 활동을 하는 매니저들은 회사에서 지원받지 못해 홍보비를 개인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는 건물 임대료를 아끼려고 기획사 대표의 집을 사무실로 대신 쓰고 있다.

꽁꽁 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예기획사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음반기획사 대표들은 음반과 뮤직비디오 등의 제작 비용, 인건비와 활동비 등의 운영비를 줄이는 것을 대표적인 몸집 줄이기 사례로 꼽는다.

음반제작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니 10여 곡이 수록되는 정규 음반은 확연히 줄었다.

1~2년 전부터 가수들이 싱글 음반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이후부터 CD로 찍어낼 제작 비용까지 줄이려고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디지털 싱글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기 가수는 음반 활동의 공백을 줄이려고, 신인과 오랜만에 복귀하는 가수는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디지털 싱글을 선택한다.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환경이 변한 탓도 있다.

왁스의 '전화 한번 못하니', 휘성의 '인섬니아(Insomnia)', 윤미래의 '떠나지마…', 린의 '매력쟁이', 주현미와 소녀시대 서현의 듀엣곡 '짜라자짜'를 비롯해 오랜만에 복귀하는 강수지와 원미연, 신인 남성듀오 MAC가 그 사례다.

또 3천만~4천만원 대의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줄이려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장면을 담은 메이킹 영상으로 대신하거나, 영화의 주요 장면을 사용한다.

MAC의 소속사는 "두 멤버가 직접 명동, 대학로, 이화여대 인근 등 거리로 나가 데뷔곡 '멜로디'를 시민에게 불러줬고 그 영상을 담아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과거에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500만~1천만원을 주고 케이블 음악채널을 통해 내보냈으나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UCC로 홍보한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심해지고 있다.

한 음반기획사 내의 공연팀, 음반 디자인팀 인력을 줄이고 아웃소싱으로 선회하는 방식이다.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1년에 한두 번 공연할 때마다 외부 연출가를 기용한다"며 "매달 음반을 내면 재킷 디자이너를 두는 것이 좋으나 두 달에 한 장씩 음반을 내면 아웃소싱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연기자 쪽도 예외는 아니다.

한예슬은 최근 싸이더스HQ와 전속 계약 대신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

에이전시 계약은 수억원 대에 이르는 전속 계약금 없이 매니저와 코디 비용 등의 직접 비용을 연기자가 책임지고 광고, 드라마, 영화 등을 연예기획사가 연결해주면 일정 비율로 에이전시 수익을 주는 방식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의 한 관계자는 "수억 원대의 계약금을 주면 연예기획사는 마이너스에서 출발하는데다, 보통 스타급 배우는 연예기획사와 7대3, 8대2의 계약을 맺는데 이때 경비를 연예기획사가 부담하니 만성 적자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금 제도를 없애고 미용실비, 기름값 등의 직접 비용을 제하고 연예인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활동비, 판공비도 줄이고 있다.

한 연기자 기획사의 대표는 "보통 연기자가 야외 촬영을 할 때 방송사는 연기자에게 야외 촬영 비용으로 한끼 7천원의 식대를 지급한다"며 "우리도 직원들에게 7천원의 식대를 주고 그 비용을 넘으면 본인이 내도록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왁스, MAC, 한예슬>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