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원 · 달러 환율이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보일 전망이고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연말로 갈수록 진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월 초 경제전망에서 원 · 달러 환율이 상반기 1308원,하반기 1124원으로 연간 평균 환율은 1216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가 1월 말 집계한 8개 외국계 금융사들의 전망치 평균도 1분기 1381원,2분기 1359원,3분기 1323원,4분기 1279원이다. 이처럼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원 · 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는 게 현재 일반적인 분석이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되느냐다. 상반기에는 미국과 신흥시장 등의 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간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본격적으로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각국의 금융 부실 처리 노력이 구체화되고 정책자금이 집행이 이뤄지면서 금융 안정화 노력의 효과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반기 내내 국제 금융시장 불안 문제가 불거졌다 수그러들었다를 반복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각국 조치들의 집행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이 하반기에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게 다수설이지만 비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현금을 확보하는 디레버리징이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거나 북한 미사일 문제가 이슈화할 수 있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LG경제연구원은 작년 12월 전망에서는 올해 원 · 달러 환율을 상반기 1185원,하반기 1015원으로 연간 평균 1100원 정도로 전망했지만 오는 3월 전망에서 이 수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그만큼 최근 국제 금융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선진국 은행의 유동성이 살아나지 않으면 국내 은행들은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외화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 환율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 중에서도 웰스파고는 다른 금융사들과 달리 1분기 1360원에서 4분기 1450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원 · 달러 환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2분기에 17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4분기에도 1600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실망감이 커지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