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려 서로를 포용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가족애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가족과 아버지를 소재로 한 신간 도서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가 하면 연극과 뮤지컬에서도 경기 불황으로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아버지를 재조명하는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들,남편,아버지,직장인으로 1인 4역의 짐을 짊어진 이 시대 가장들은 요즘 같은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 속에서 더더욱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리는 듯싶다.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무엇일까. 자식과는 세대 차이라는 벽,부부간에는 성격 차이라는 벽 등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느끼는 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정에 눈 돌릴 틈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이것이 결국 부부간의 갈등과 세대 간의 단절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은 남녀가 만나는 데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성장 배경을 지닌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다 보니 서로 간에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원만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나눌 수 있는 태도,상대방을 인격체로서 긍정적으로 대하는 가치관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 내 생산,R&D,영업,관리 등 각 기능 부문들 간 부문 이기주의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결국 갈등으로 치닫는 사례를 간혹 볼 수 있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도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상하관계가 신분상 특권의 유무로 이해돼 발생하는 갈등 등 아주 다양한 갈등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은 일처리를 더디게 하고,팀워크에 결정적 저해요인이 된다.

하나의 통합된 조직문화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어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조직이 살아 숨쉬게 하고 조직원 서로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부문 간,구성원 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 회사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유연',터놓고 이야기하는 '솔직',자기 역할을 다하는 '자율',배려하고 협력하는 '조화'를 기업문화의 핵심가치로 정해 부문 간,구성원 간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쌓기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궁극적으로 구성원 간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개인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Workplace) 인프라를 구축,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어하는 회사,구성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회사,누구나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가정의 행복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구성원들의 마음의 벽 허물기가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