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부여,리더십,보상,권력 등 사람과 관련된 이슈는 언제나 기업 경영의 주요 관심사다. 경영활동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축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경영현장에서는 이와 정반대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영자에게 '참여'라는 단어는 무책임하게 경영권을 요구하는 것으로,'권한 위양'은 능력 없는 부하의 월권행위 정도로 여전히 인식되니 말이다.

인사 · 조직분야의 구루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제프리 페퍼 교수는 '휴먼 이퀘이션'이라는 책을 통해 이처럼 인적자원 관리분야의 잘못된 관행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많은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거나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조건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러나 초우량 기업들은 더 많은 근로자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근로자를 줄이는 일을 계속해왔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공장 자동화도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얼핏 보면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경영관행의 대안으로 페퍼가 제안한 '사람을 통한 기업경쟁력 구축' 시스템의 핵심 내용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고용 보장,새로운 직원에 대한 신중한 선발 · 관리,자율관리팀과 의사결정의 분권화,성과에 연계된 높은 수준의 보상,광범위한 교육훈련,복장 호칭 사무실배치 등에서의 신분차별 완화,회사의 재무 및 성과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공유 등 7가지 주제는 불신과 통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인적자원관리 관행을 뒤집는 파격적인 내용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페퍼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주장들이 이미 수많은 연구와 기업사례 분석으로 입증된 엄연한 사실임을 지적하고,결국 인적자원 관리에 대한 올바른 관점 정립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처럼 기업 경영에서 자신만 똑똑하고 나머지는 다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고방식은 없을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