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각국 정부가 공무원 감원과 급여 동결 등 강도 높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들로선 사실 '허리띠 졸라매기' 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이 기회에 비효율적인 정부조직을 개혁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재정이 바닥난 아일랜드는 이달 초 공공지출을 20억유로(25억7000만달러)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35만명의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고 공무원 연금에 대한 정부지원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 지원 감소는 사실상의 공무원 보수 삭감으로,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14억유로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적자 늪에 빠진 미국 주정부도 공무원들을 대량 감원하는 방법으로 비용절감에 나섰다. 파산 위기에 몰린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이다. 2010년 중순까지 재정적자가 4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캘리포니아주는 공무원 1만명을 감원키로 한 상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 숫자가 2만명까지 늘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도 지난해부터 공무원 908명을 해고했다. 주정부 측은 전체 3500명의 공무원들에게 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2011년까지 감원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동산 가격 폭락 등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급감 탓에 버지니아 주정부도 지난해 10월 570명의 공무원을 내보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무원 급여를 자랑하던 싱가포르 정부도 올해 공무원 봉급을 평균 19%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9%에 이르는 등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싱가포르는 136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이 같은 공무원 보수 삭감안도 내놨다.

일본 내각부 산하 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지방분권개혁추진위원회는 국가기관과 지방 출장소를 통폐합하고,이를 통해 3만5000여명의 국가 공무원을 감축하는 개혁안을 마련해 아소 다로 총리에게 제출했다. 핵심은 중앙정부 파견기관의 업무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옮겨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유사한 업무를 하는 '이중 행정'을 제거하고 공무원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견기관의 321개 사무와 권한 중 74개는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고 47개는 폐지 축소,1개는 중앙정부로 되가져가는 등 모두 116개 업무를 정비하도록 했다.

또 파견기관에서 일하는 9만6000여명의 직원 중 36%에 해당하는 3만5000명을 감원하고,이 가운데 2만3000여명은 지자체로 보낸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본 정부는 이 권고안에 따라 다음 달 말까지 구체적인 파견기관 통폐합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중국도 저효율의 상징인 공무원의 '철밥통 깨기'에 돌입했다. 국가공무원국은 '공무원 평가규정' '공무원 장려규정' '공무원 연수규정' 등을 작년 말 마련했다. 평가규정에는 최초로 퇴출규정이 명문화됐다. 이와 함께 외유성 출장을 금지하고,호화 사무실을 없애는 등 예산 낭비 근절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각급 정부에 공무용 차량 구입,회의 경비,접대비,당정기관 해외 출장비 관련 지출을 최소화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시달하기도 했다.

또 부장(장관)급 관리의 사무실 면적은 54㎡,현장급은 20㎡,과장급은 6㎡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중앙정부의 부부장급 국장 부국장 처장 처장이하는 각각 42㎡ 24㎡ 18㎡ 9㎡ 6㎡ 등으로 자세하게 명시했다.

워싱턴=김홍열/도쿄=차병석/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