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부가 은행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도록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일본처럼 중소기업 대출 목표치만 설정하고 (정부가) 그 이상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나"라는 강봉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대답했다. 윤 장관은 "앞으로 은행이 공적자금을 쓸 경우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리는 데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그 이상의 법적,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회사채(CP)를 매입해줄 것인지도 논의 중"이라며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은행의 BIS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정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고용 문제와 관련해 사내근로복지기금(사내기금)의 적극적인 활용과 '미네소타식 고용 안정'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1년간 경제난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수 있도록 4월 초까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각 기업의 사내기금은 7조여원으로 노동부의 고용안정기금 5조원보다 많다"며 "이를 활용해 주부 인턴을 선발한 주택공사처럼 사내기금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다.

윤 장관은 "신규 고용에 6개월간 임금을 보조해주고 1년 추가 고용할 경우 보조금을 돌려받지 않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방식을 실시하는 게 어떤가"라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정부도 미네소타주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의원들 부적절한 발언 눈총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경제 현안과 관련 없는 지역구 챙기기에 나섰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강길부 한나라당 의원은 한 총리에게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물 속에 잠겨 있다. 옮겨서 전시하고 관련 국립박물관도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북 충주의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지체되고 있는데 충북지역에는 과학 비즈니스벨트나 줄 테니 먹고 떨어지라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골적인 반기업적 발언도 있었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움켜쥐고 놓지 않고 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혼자 구명조끼를 몇개씩 껴입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하니까 대통령과 같이 놀아도 되는 듯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총리가 바로잡아라"고 했다.

노경목/차기현/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