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투자사업을 총괄해온 구안 옹 투자운용본부장이 물러난다.

KIC 관계자는 18일 "구안 옹 본부장이 가족이 있는 싱가포르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해 왔다"며 "3년의 임기가 지난 17일 끝남에 따라 후임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안 옹 본부장은 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 글로벌 투자 총괄책임자를 지냈으며 2006년 2월 KIC로 자리를 옮겨왔다.

금융계에선 구안 옹 본부장의 퇴임에 대해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투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KIC는 지난해 1월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흡수돼 KIC가 보유 중인 메릴린치 주식이 BOA 주식으로 전환됐고,BOA 주가 또한 최근 폭락하면서 현재 시가 평가액이 3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배당금 1억4000만달러를 감안해도 15억달러 이상 날아갔고 손실률은 80%에 육박한다.

KIC는 이에 대해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BOA를 제외한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해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KIC는 후임자와 관련,현재 3~4명의 외국인 증권전문가를 대상으로 마무리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IC 관계자는 "민간과 달리 보수가 워낙 적다보니 선뜻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