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4세대(4G) 이동통신의 유력한 양대 표준인 롱텀에볼루션(LTE)과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기술력을 입증하며 차세대 통신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LG전자는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9'에서 세계 최초로 LTE 단말기를 통한 초고속 무선 전송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이날 부스 내 '첨단 테크놀로지 존'에서 LTE 모뎀칩이 내장된 USB 형태의 데이터 카드를 이용,고화질(HD)급 영화 2편을 동시에 전송해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보여줬다. 시연에서는 LTE 서비스의 초기 상용화 시점(2010년)에 통신사들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당 60메가비트(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3세대 이동통신인 SK텔레콤 'T라이브'나 KTF '쇼'와 같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 7.2Mbps 다운로드 기준)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빠른 속도다.

LG전자 관계자는 "실험실 환경이 아닌 실제 주파수 대역에서 LTE 데이터카드로 하향 60Mbps,상향 20Mbps의 속도를 구현했다"며 "이는 LTE 상용 서비스 조건을 갖춘 것으로 우리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LTE 선두권 업체인 에릭슨 노키아지멘스 등을 뛰어넘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 버라이즌,영국 T모바일,일본 NTT도코모 등 주요 통신사들과 LTE 상용화를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의 와이브로 사업자인 요타(옛 스카텔)의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삼성의 와이브로 기술력을 치켜세웠다. 스베르드로프 CEO는 "삼성전자의 장비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 2만5000여명의 가입자를 모았다"면서 "서비스 초기 반응이 매우 좋아 만족스러우며 경쟁 업체들보다 1년 이상 앞선 삼성의 기술력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커버리지를 러시아 40여개 도시로 넓히기 위해 2012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남미와 아시아 지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요타 외에 미국 스프린트,일본 UQ커뮤니케이션 등 10개국 11개 사업자와 와이브로 상용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일반에는 비공개로 바르셀로나 시내 한 호텔에서 통신 사업자들에게 LTE 기술 시연도 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 4세대 이동통신이란

음성 통화만 가능했던 아날로그 방식의 1세대,음성 외에 데이터 교환도 이뤄지는 디지털 방식의 2세대,화상 통화와 TV 등 동영상 서비스까지 되는 3세대에 이어 하나의 단말기로 음성 · 화상 · 멀티미디어 · 인터넷 · 음성메일 · 인스턴트 메시지 등의 모든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4세대의 핵심은 시속 120㎞ 이상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초당 100메가비트(Mbps)의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