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당시 김 추기경에게 '꾸지람'을 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았다. 김 추기경은 1987년 1월 명동성당 박종철군 추모 미사에서 "오늘 이 성전에서 근본적으로 박종철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 정권에 대해 우선 하고 싶은 한마디 말은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느냐?'하는 것입니다"고 지적하는 등 당시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미소를 지으며 "김 추기경과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1사단장으로 있을 때 사단 내에 성당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적도 있고,보안사령관을 할 때도 개인적으로 추기경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으며,1984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초청한 자리에서 만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김 추기경과의 악연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우리에게 사랑과 용서를 가르쳐주신 분이고 항상 희망과 용기를 불러내주신 큰 어른이신데 애석하고 안타깝다"며 "사랑과 용서,희망,용기를 주신 우리 시대 큰 어른이 가셨다"고 애도했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온 국민이 존경해 마지않던 추기경님이 돌아가셔서 슬픔을 금할 길 없으며,하느님이 계신 곳에서 편히 영생을 누리시길 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추기경님은 민주화운동 당시 큰 언덕이었고,바라보지만 않으시고 손을 따뜻하게 내밀어 주셨으며 외롭고 힘들 때 함께 하셨다"고 전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이천환 성공회 초대 주교 등도 명동성당을 찾았다.

○… 김 추기경과 동성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추기경님은 제게 '나도 어디에 가나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데 자네는 어떻게 나보다 더 인기가 더 많은가'라고 농담을 건넬 만큼 유머감각이 뛰어나셨다"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늘 제대로 내린 유일한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 추기경의 애창곡 '애모'를 부른 가수 김수희씨는 추모 음반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례명이 마리아인 김씨는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추기경님의 말씀에 따라 사랑을 주제로 한 음반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추기경님이 '애모'를 방송에서 불러주셨는데,저급하다고 취급될 수도 있는 대중가요를 더 많은 사람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주신 점에 대해서 감사한다"면서 "늘 마음으로 기댈 수 있는 큰 나무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 배드민턴 선수인 방수현 선수의 아버지 방일수씨도 명동성당에서 조문했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딸이 금메달을 따고 나서 성호를 긋는 모습을 비디오로 보신 김 추기경께서 연락을 하셔서 '참 아름답다''셔틀콕의 천사'라고 불러주셨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은 방 선수의 결혼식 3일 전에 전화를 해 결혼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겠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수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방 선수의 부탁을 받고 명동성당으로 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