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대 1.'

부동산 시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경쟁률이다.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입질'하고 있다. 초저금리와 잇따른 고강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여유자금이 부동산 주변에 조금씩 모여드는 조짐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한남동 단국대 이전 부지에 들어설 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 467가구 청약 마감 결과 최고 51 대 1의 경쟁률(평균 4.3 대 1)을 나타냈다. 보증금이 15억~25억원(월 임대료 240만~430만원 별도)에 달하는 고가 주택이지만 사람들이 몰렸다. 12가구를 선보인 332㎡형(펜트하우스)은 616명이 신청,51.3 대 1을 기록했다. 접수 청약금만 702억원에 달한다. 시공사인 금호건설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기에 분양한 고가 주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 용산구 신계동 재개발구역에서 공급한 '신계 e-편한세상'은 최근 분양이 사실상 완료됐다. 81~186㎡형 262가구(일반분양) 중 186㎡형 3가구를 뺀 모든 물량이 계약을 마쳤다. 국제업무지구 조성 예정지에 가까워 '노른자위'로 꼽혔지만 경기 침체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던 단지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계약 직후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 데다 대출금리가 내려 계약자의 부담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양 김포 용인 등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보는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고양시 '일산자이'의 정명기 분양소장은 "가계약을 포함해 지난 12일 이후 팔린 물량만 60가구에 달한다"고 전했다. 광교신도시에서 공급한 울트라건설의 '참누리아파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30여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한 가구도 없다.

16,17일 공급한 경기 판교신도시 공공임대 아파트(10년 뒤 분양 전환) '휴먼시아'도 평균 2.56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2009가구(125~228㎡) 모집에 5147명이 신청했다. 3가구를 모집한 동판교 내 A26-1블록 188㎡형은 255명이 몰려 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수요자들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횡보하는 주식시장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은행에 돈을 맡기자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여서 여유자금이 갈 곳이 없어졌다"며 "발빠른 사람들이 부동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박종서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