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의 '공교육 신화'는 결국 '조작의 힘'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적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임실교육청도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번 성취도 평가의 신뢰성에 전체적으로 금이 가게 됐다. 아울러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은 물론 해당 교육청 및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인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18일 임실교육청에 따르면 이 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의 사회 · 과학 · 영어 3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사회와 과학 각각 6명,영어 2명의 미달 학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어 과목에서는 원래 발표(2명)보다 5명이 많은 7명,수학에서는 원래 발표(1명)보다 2명 많은 3명의 기초학력 미달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임실지역 초등생의 과목별 미달생 비율은 당초 발표된 영어 · 사회 · 과학 각각 0%,국어 0.8%,수학 0.4%에서 사회와 과학 각각 2.4%,국어 2.8%,수학 1.2%,영어 0.8%로 높아졌다.

특히 6학년 11명이 시험을 치른 임실군 S초등학교는 시험 결과 모든 과목에서 2명이상의 기초학력 미달자가 나왔지만 교육청에는 이 중 3과목에서 미달자가 없었다며 '0%'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학교의 학급은 학업성취도 성적이 평소 성적보다 갑자기 훨씬 높게 나타나는 등 문제와 답을 미리 알려 주거나 뒤늦게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임실교육청이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 숫자를 그대로 보고한 학교에 대해 임실교육청이 직접 수치를 수정해 전북교육청에 보고했다는 주장이다. 임실군 교육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일선 학교에서 채점하고 지역 교육청을 통해 16개 시 · 도 교육청으로 보고되는 시스템이었다"며 "성적이 부풀려지는 등의 부정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장위현 임실교육장은 "도교육청 보고 시간을 맞추느라 먼저 각 학교의 시험 결과를 전화로 통보받은 다음 나중에 정식 문서를 제출받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미달 학생 수가 일부 누락된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들은 "여러 정황상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들이 당장의 성과에 눈멀어 고의적으로 조작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과부는 장학사를 현지에 파견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서 누락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앞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16일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이 대학 입시처럼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신뢰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통계 왜곡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평가와 관련해 일부 학교에서는 백지 답안을 제출하거나 모든 문제에 같은 보기를 표기하는 등 불성실한 응시가 많았던 데다 서울교육청에서는 성적이 낮은 학교 성적을 재산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태웅/이재철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