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매출채권을 전액 현금으로 회수하지 못한다. 거래 상대방의 부도 등으로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 매출채권 일부를 받을 수 없는 금액으로 산정해 미리 쌓아 놓는데 이를 대손충당금이라 부른다.

현행 기업회계 기준은 기말에 기업에 남아 있는 채권 잔액에 대해 회수 가능성을 추정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정도를 충당금으로 설정할 것인지는 기업이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판단하는 방법,매출채권을 개별적으로 평가해 대손추산액을 산출하는 방법 등 두 가지가 있다.

충당금은 재고자산의 가치 감소를 위해서도 쌓아놓는다. 만약 회사가 재고자산의 미래 가치 하락에 대한 충당금을 쌓았다면 손실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이 아닌 잉여금에서 충당금을 차감한다. 따라서 다음 해에 재고자산의 가치가 하락해도 손익 계정이 차감되지 않으며 이익이 그만큼 과장될 수 있다.

가령 한 회사가 손익계산서로는 2억원의 순이익을 냈더라도 연말 대차대조표에서 지난해 존재했던 6억원의 충당금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회사는 4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때때로 충당금이 잉여금으로 전입되기도 한다.

6억원의 충당금이 잉여금으로 전환됐다면 잉여금이 그만큼 증가하며 2억원의 순이익은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가 충당금으로 인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간의 손익 계정과 잉여금 계정을 살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실제 사업상의 손실을 나타내는 충당금 또는 잉여금의 액수를 맞춰 봐야 과장된 이익에 속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손충당금 가운데 실제로 회수할 수 없게 된 금액을 대손상각비라고 한다. 대손충당금은 부채이며 대손상각비는 비용으로 분류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참고문헌 <<현명한 투자자의 재무제표 읽는 법>> 벤저민 그레이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