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의 학교 설립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간 갈등이 첨예하다. 재정부는 교육을 산업으로 보고 이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영리화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교과부는 교육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초 · 중 · 고교와 대학을 막론하고 학교를 설립하는 주체는 '비영리기관인 학교법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등록금 등에서 이익이 남아도 비영리기관에서는 적립금으로 쌓아두었다가 재투자에 활용할 뿐이다. 영리법인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 학교를 영리 목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정부 지원금 중 일부 수익이 남는 부분에 대해 외국으로 송금하거나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등 '주식회사 학교'의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20일 각 부처에 따르면 재정부와 교과부는 최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짜는 태스크포스팀에서 교육서비스 선진화의 일환으로 영리법인 허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영리법인 학교 설립에 대해 확정된 입장은 없다"고 표명하고 있지만 내심 학교 영리화를 일부라도 허용해야 교육 서비스 선진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재정부는 누누이 영리법인 학교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주무 부처(교과부)의 반대로 본격 추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재정부가 구상하는 영리법인의 학교설립 형태는 주로 고등교육기관이다. △외국대학의 분교나 국내 대학과의 공동 학위 과정 △직업교육을 위한 전문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 3가지 형태다. 이 중 인천 · 제주 등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예외적으로 영리법인 학교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은 이미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외국대학 유치 VS 국내 대학 형평성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곳에 외국 대학을 유치할 경우 영리 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느냐다. 재정부는 외국 대학이 국내에 자유롭게 진출해 국내 대학과 경쟁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도록 하려면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수익을 본국에 송금(과실송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 대학이 진출할 경우 부지 공여와 학교운영비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외국교육기관이 직접 진출한 경우는 전남 광양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 한국 분교(STC-KOREA)'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재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직접적인 대학 영리화를 허용하지 않으면 외국 대학 유치가 어렵다고 본다. 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내달 11일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교과부는 발끈하고 있다. 외국 대학에만 과실송금을 허용(영리화 허용)하면 국내 대학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와 사립학교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과부 관계자는 "외국 대학이 각종 혜택이 없는 비경제자유구역까지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며 "되레 국내 대학들이 영리화 요구를 쏟아내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업교육 부문 영리화는 가능할 듯

또 다른 쟁점인 직업교육부문에 기업 등 영리법인 참여를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 양 부처는 비교적 근접한 입장을 갖고 있다.

재정부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서비스업 3단계 선진화 방안에서 기술계 학원을 평생교육시설로 전환하고 '학교' 명칭도 마음대로 사용토록 허용했다. 현행법상 직업학교,기술계 학원 등은 개인이나 영리법인도 만들 수 있다. 삼성그룹이 설립한 삼성디자인학교(SADI)가 좋은 예다. 반면 정식 인가된 전문대학은 비영리인 학교법인만이 설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직업학교나 기술계 학원 등에 학교 명칭을 허용한다는 것은 영리법인도 고등교육 시장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교과부 역시 직업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리법인 참여를 더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장기원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요리 패션 등 직업교육 성격의 기관은 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관련 법령을 일부 손보는 수준에서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영리법인에서 전문대와 같은 정식 학위과정을 개설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크다.

◆교육 시장성 VS 공공성 대립

하지만 이를 일반 4년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여전하다. 영리법인의 대학 설립을 단계적으로(기술계 학원→기능대학→전문대학→산업대학→종합대학) 허용해야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재정부 관료들 대다수의 생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존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은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게 늦고 경쟁이 없기에 교육의 질 개선에 대한 유인이 부족한 데다 신규 투자도 적기에 이뤄지지 않아 교육환경이 점점 낙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영순 교과부 대학제도과장은 "일부 경제자유구역이나 직업교육을 제외한 다른 영역까지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학을 비영리로 유지하도록 한 것은 수입을 교육에 지속적으로 재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재정부 방안은 이런 교육적 목적에 대한 고려가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초 · 중 · 고교는 논의조차 안 돼

초 · 중 · 고교 수준에서는 양 부처 간 시각 차가 너무 커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는 교육 공공성을 이유로 들어 '초 · 중 · 고교에서의 영리법인 허용은 절대 불가'라는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재정부는 기본적으로 조기 유학 수요를 줄이고 다른 아시아 지역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초 · 중 · 고교에서도 영리법인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의제로 설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상은/차기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