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환율불안 속에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닷새 연속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동유럽 금융위기 우려까지 겹치면서 9일째 매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물을 연기금과 함께 소화하며 '시장 지킴이'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두 달간 지속된 지수 1100~1200 사이 박스권 장세에서 단기 매매 전략을 구사하며 재미를 봤던 개인들이 최근 급락장에서도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개인 은행 · 업종대표주 순매수

20일 코스피지수는 41.15포인트(3.72%) 내린 1065.95로 마감,닷새째 하락하며 1100 선을 하향 이탈했다. 지수는 지난해 12월5일(1028.1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중 최저치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가 작년 저점을 깨고 6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에도 코스피지수는 1.07% 하락에 그친 선에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원 · 달러 환율이 1500원마저 넘어서면서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


환율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인 3589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9일 연속 순매도한 점도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높이면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은행 건설 운수장비 등 대형주가 급락했다"며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이 부각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효과'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는 점이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판 국내 연기금과 증권 유관기관들이 조성한 증시안정펀드가 수급 지원에 나선 데다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큰 규모로 유입되면서 지수는 다소 낙폭을 줄였다. 연기금이 막판 매수 강도를 높이며 133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다 103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사들였다.

무엇보다 개인들이 3436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시장을 떠받쳐 눈길을 끌었다. 개인들은 지수 1200 선을 다시 내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2조8000억원(5일 연속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 1조5000억원의 두 배 가까이 사들인 것이다. 개인들은 이 기간에 낙폭이 큰 포스코(3658억원) 삼성전자(2719억원) 등 업종 대표주를 비롯해 KB금융(3211억원) 신한지주(1972억원) 우리금융(1318억원) 등 은행주를 주로 매입했다.

◆단기 매매 치중은 불안 요인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매수 여력이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대신 외국인의 매도 를 받쳐주는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신권은 매수 여력이 없어 당분간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들이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급락장을 매수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을 받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병열 KB투자증권 연구원도 "동유럽 금융위기와 환율 등 각종 악재가 불거져 수급 여력이 좋지 않지만 개인들의 유동성이 양호한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라며 "박스권 장세의 1100 선 밑에서 투자하며 수익을 올렸던 학습효과가 개인들의 저가 매수를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들은 장이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단기 매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융자잔액이 작년 말 1조5060억원에서 전날 1조9023억원으로 26.3% 급증했고 특히 이달 들어선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미수금도 이달 들어 1299억원에서 1702억원으로 31% 늘었다. 더구나 지수 1000 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 요인이 불안감만 자극하고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개인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지만 지수 1100 선 아래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도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며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기보다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