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기의 주식 투자 교훈, 지금은 안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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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농업ㆍ원자재→서비스ㆍIT로 경제구조 바뀌어
브랜드 파워 가진 기업이나 할인점ㆍ음료업체 주목
브랜드 파워 가진 기업이나 할인점ㆍ음료업체 주목
2008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란 말을 어디서든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미국 S&P500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39% 급락했으며,올 들어 벌써 8.5%나 더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도 분명 수익을 낸 업종은 있었을 것이다. 대공황 시절 증시에서 잘나갔던 산업이 뭔지 살펴보면 지금 같은 때 어디다 돈을 넣어야 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930년대의 교훈'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투자자들의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내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잘나갔던 업종에 대한 투자전략이 21세기엔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930년대의 경제구조가 농업 및 원자재 산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서비스업과 IT(정보기술)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뛰어난 투자가라고 하더라도 대공황기에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마저도 1930년부터 3년 동안 투자 손실률이 60%에 달할 정도였다. 대공황 당시에도 평균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이 있었지만 당시 평균은 심각히 낮은 수준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주가연구센터(CRSP) 자료에 따르면 1930~1932년 사이 미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던 업종은 바로 목재업이었다. 이 기간 중 누적수익률이 120.1%였다. 유리제품이 87.6%, 생활필수품 등 잡화산업이 74.2%로 그 뒤를 이었다. 설탕 및 과자 관련 업종과 저가 담배 등 사람들이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기호품 업종도 쏠쏠한 투자이익을 냈다.
반면 올 2월10일을 기준으로 직전 13주 동안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누적 투자수익률을 낸 업종은 바로 헬스케어(의료 · 건강)와 전기 · 가스 등 공공부문 관련 사업이었다. 이 기간 헬스케어 분야의 누적수익률은 3.6%였고,공공사업은 3.5%였다. IT산업도 1.4%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업종은 지난달 20일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헬스케어와 IT,녹색사업 등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공포한 뒤 혜택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 펀드매니저 출신의 경제학자인 배리 위그모어는 저서 "대공황과 그 여파(The Crash and Its Aftermath)"를 통해 투자자들이 대공황 시기에서 얻어야 할 몇 가지 교훈에 대해 소개했다.
위그모어는 "대공황 시기의 투자전략을 무조건적으로 대입하려 하지 말고 현재 시장에서 실제 작용하는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공황기의 증시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세 가지 참고 사항은 있다"고 말했다.
위그모어는 우선 구글과 아마존처럼 해당 업종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에 주목해 볼 것을 권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가 닥쳐와도 이런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회사들의 주가가 진정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투자해야 한다는 게 위그모어의 지적이다.
또 불황 때 사람들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구매에 나설 수 있는 재화를 공급하는 업종도 유망하다. 부채가 너무 많고 현재 집단소송에도 휘말려 있는 담배업체나 빚이 많은 맥주업체는 제외하는 대신 코스트코 같은 할인점이나 펩시콜라 같은 음료업체가 유리하다.
투자등급 기업들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위그모어는 우량업체들의 회사채 수익률이 1930~1933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연 6.7%를 기록했다면서 이번 경기침체기에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