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은 공공공사 수주하지 말라는 겁니까.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으로 확정돼 실사를 받고있는 건설사들이 정식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전에 고사할 판이다. 공사를 수주해놓고도 건설공제조합이 발급하는 '공사이행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공능력순위 17위인 경남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국도 제1호선 북천안 나들목 건설공사(228억원)의 낙찰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공공공사 계약에 앞서 발주처에 내야 할 공사이행보증서를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이행보증서가 있어야 정식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건설공제조합이 연대보증이나 추가 담보설정 등 들어주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서를 받지 못하면 수주 취소와 함께 입찰보증금(11억4000만원)을 떼인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향후 최대 1년간 공공공사에 입찰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공공부문 수주액이 1조584억원으로 전체 수주(2조1885억원)의 48%에 달했던 경남기업 입장에서는 치명타다.

다른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도 이번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가 확정된 뒤 해당 기업이 단독으로 공공공사를 따낸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남기업을 비롯한 건설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건설공제조합은 몸을 사린다. 조합 관계자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조합이 리스크(위험)를 모두 떠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합 측은 정상 신용등급을 가진 업체와 공동으로 수주하면 보증서를 내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량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기업을 컨소시엄에 끼워줄 리 없다.

"보증서 발급이 거부되면서 신규 수주가 어려워 워크아웃이 진행되기도 전에 고사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 경남기업 풍림산업 삼호 월드건설 등 워크아웃 대상 8개사가 최근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대한건설협회에 보낸 탄원서 내용 중 일부다. 과거와 달리 이번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