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월 위기설 차단' 고심] "위기說 현실화 될라"…외평채 발행 등 달러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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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화차입금 조기 상환… 시장개입엔 신중
'3월 위기설'이 확산되는 등 2차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가 하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검토 중이다.
◆외화 유입 방안 추진…시장 개입은 유보적
시장개입보다는 외국자본 유입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의 기조가 잡혀가고 있다.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푸는 한편 투자유인을 키우는 내용이다.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시에 직접 개입하는 데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에 가깝다. 달러당 1500원대 환율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 대규모로 개입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은 글로벌 금융시장 악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며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세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면 보유액만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기 위한 미세 개입은 지속되겠지만 특정 환율대를 목표로 한 물량공세는 현재로선 고려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0억달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시장 심리도 외환당국을 옭아매는 족쇄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2000억이라는 숫자는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데 모두들 2000억달러가 깨지나 안깨지나만을 보고 있으니 당국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9월 말 2396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 말 현재 2017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관심은 외환당국이 언제쯤 적극적 시장개입 정책으로 선회하느냐다.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1700원을 돌파하는 경우에도 유보적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진 않는다"고 말해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평채발행 저울질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금융회사나 대기업들의 달러자금 사정이 작년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은이 스와프시장과 경쟁입찰 방식으로 은행 등 시중에 공급한 외화자금 가운데 이달 들어서만 40억달러 이상이 회수됐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가 마련해둔 55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 가운데 아직 200억달러가량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은행들이 보다 쉽게 해외에서 외화를 끌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평채 발행규모를 작년의 두 배가 넘는 20조6000억원으로 잡았고 이 가운데 60억달러어치를 외화표시 외평채로 발행할 계획이다.
◆은행 후순위채 콜옵션 일제히 행사
정부는 한국물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한 이유 중 하나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포기'를 꼽고 행정지도에 나섰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본다면 콜옵션 행사포기가 맞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오랜 관행을 깬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한국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CDS 프리미엄도 급상승했다.
정부 당국은 지난주 모든 은행들에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차입금 조기상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3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에 대해 전액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키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외화 유입 방안 추진…시장 개입은 유보적
시장개입보다는 외국자본 유입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의 기조가 잡혀가고 있다.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푸는 한편 투자유인을 키우는 내용이다.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시에 직접 개입하는 데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에 가깝다. 달러당 1500원대 환율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 대규모로 개입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은 글로벌 금융시장 악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며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세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면 보유액만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환율변동을 막기 위한 미세 개입은 지속되겠지만 특정 환율대를 목표로 한 물량공세는 현재로선 고려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0억달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시장 심리도 외환당국을 옭아매는 족쇄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2000억이라는 숫자는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데 모두들 2000억달러가 깨지나 안깨지나만을 보고 있으니 당국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9월 말 2396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 말 현재 2017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관심은 외환당국이 언제쯤 적극적 시장개입 정책으로 선회하느냐다.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1700원을 돌파하는 경우에도 유보적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진 않는다"고 말해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평채발행 저울질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금융회사나 대기업들의 달러자금 사정이 작년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은이 스와프시장과 경쟁입찰 방식으로 은행 등 시중에 공급한 외화자금 가운데 이달 들어서만 40억달러 이상이 회수됐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가 마련해둔 55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 가운데 아직 200억달러가량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은행들이 보다 쉽게 해외에서 외화를 끌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평채 발행규모를 작년의 두 배가 넘는 20조6000억원으로 잡았고 이 가운데 60억달러어치를 외화표시 외평채로 발행할 계획이다.
◆은행 후순위채 콜옵션 일제히 행사
정부는 한국물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한 이유 중 하나로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포기'를 꼽고 행정지도에 나섰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본다면 콜옵션 행사포기가 맞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오랜 관행을 깬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한국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CDS 프리미엄도 급상승했다.
정부 당국은 지난주 모든 은행들에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차입금 조기상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3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에 대해 전액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키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