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3월이다. 꽃샘바람 사이로 냉이잎이 손을 내미는 들녘.새봄엔 사람들의 꿈도 연초록빛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직장인이나 신학기를 맞는 학생들이나 설레기는 마찬가지.

한 해의 '또다른 시작'을 앞두고 책과 함께 '영혼의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보자.심리학 관련서 등 인문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감성지수'와 '연봉'을 동시에 높여줄 신간 몇 권을 추천한다.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로버트 스턴버그 외 지음,이영진 · 방영호 옮김,21세기북스)에서는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를 분석해볼 수 있다. 인지심리학과 응용심리학 분야의 전문가 15명은 이 책에서 학습이론과 만족지연능력,암묵지식,성격특성이론,마음집중과 분산,경영이론,합리성 마비 등 독창적인 이론과 분석으로 똑똑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는 '헛똑똑이'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충돌》(존 그레이 지음,김경숙 옮김,동녘라이프)에선 남녀의 충돌원리를 엿볼 수 있다. 답은 남자와 여자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

남자는 성취감과 신뢰를 느낄 때 활성화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지배를 받고 여자는 배려와 친교에서 활성화되는 옥시토신의 지배를 받으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자는 동굴로 숨고 여자는 대화를 원한다. 갈등이 생기면 서로 떨어져 감정을 정리한 다음,여자는 이야기로 감정을 풀고 남자는 들어주는 것으로 여자의 평안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게 해결책이다.

《신화와 인생》(조지프 캠벨 지음,다이앤 K.오스본 엮음,박중서 옮김,갈라파고스)은 《신의 가면》 등으로 유명한 미국 신화학자의 강연 내용을 담은 책으로 신화와 종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건진 사색의 결과를 만날 수 있다. 돈과 이성,죽음,결혼,전쟁,출산 등 현실의 여러 문제에 대한 생각과 신화 · 종교의 상징성,그의 주요 저서와 인용문들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두루 엮었다.

《조용헌의 명문가》(랜덤하우스코리아)는 베스트셀러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의 후속작이다. 명문가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양식과 극적인 역사를 그리면서 논산의 명재 윤증 고택과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대종택,전남 담양군 창평면 고씨 집안,우당 이희영과 형제 일가,정읍 평사리 강진김씨 고택,안동 고성이씨 종택,전주이씨 광평대군파 고택,인동장씨,전형필 집안 등 명문가 9곳을 소개한다.

《갈라파고스》(폴 D.스튜어트 외 지음,이성호 옮김,궁리)는 영국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쓴 갈라파고스 현장 보고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근원인 갈라파고스섬의 기원부터 갈라파고스를 찾은 비글호의 여행,다윈의 삶,오늘날 섬이 당면한 문제까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40여명의 전문 사진작가가 찍고 선별한 160여장의 사진이 생생하다.

《장부의 굴욕》(박찬철ㆍ공원국 지음,위즈덤하우스)은 고난과 굴욕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 역사 인물 14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선 왕조의 기틀을 닦은 정도전과 후한을 세운 광무제,사대부였지만 백정이 사는 곳으로 숨어들었다가 당상관으로 복귀한 이장곤,19년간의 망명 끝에 군주로 등극한 문공 등 굴욕을 견디고 승리한 사람들의 얘기.

《란제리 소녀시대》(김용희 지음,생각의나무)는 문학평론가 김용희씨의 소설 데뷔작이다. 1979~80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성장소설.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1979년 대구 정화여고 2학년 이정희의 여고 시절을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어른'이 되는 것 외에 '여자'가 되는 데 따른 이중의 성장통을 겪는 여고생들의 얘기가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