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계획요? 지금처럼 매일 가야금을 하면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다양하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여야죠."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73)이 《오동 천년,탄금 60년》(랜덤하우스코리아)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지만 대학에서 국악을 가르치고 영화사와 출판사 대표,명동극장 지배인 등을 지낸 자신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씨가 가야금을 처음 접한 것은 1951년 부산 피란 시절.툭하면 선생님들과 논쟁을 벌여 학교를 시끄럽게 하던 중학교 3학년 시절 그에게 '모범생 반장'이 다가와 "가야금 배워보지 않을래?"라고 말을 건넨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학교 근처 가야금 선생님을 함께 찾아가 악기를 켰을 때 소리가 '둥둥' 뜨는 게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아내도 국악 덕분에 만났다. 1955년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우던 소설가 한말숙씨와 인연이 된 것이다.

책에는 백남준,윤이상 등 예술가들과의 교류,1990년 평양 범민족음악회 '서울전통음악연주단' 단장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일 등이 담겨있다.

그와 46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친구'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2001년부터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 이야기들을 서문으로 써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초 3년 임기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재임명된 그는 "서양의 클래식과 팝,우리의 대중가요와 전통 국악 등을 접목해 우리나라 사람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며 "청중을 만족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앞서가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