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100엔당 1600원을 상향돌파하며 엔화대출자는 물론 엔화를 차입한 금융권과 중소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기준 1조5000억엔에 육박하는 국내 엔화대출 잔액의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또 엔캐리 자금 청산 정도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과 금융권은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환율은 오전 10시30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100엔당 18.29원이 오른 1618.21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레벨은 지난해 11월 21일 장중 1622.14원를 기록한데 이어 3개월만의 최고치이다.

연평균 기준으로 지난 2007년 789.75원이었던 원엔환율은 지난해 1076.63원으로 이미 1년만에 36%나 급등했다.
달러화에 이어 엔화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로 인식되면서 엔화 수요가 증대했고 특히 원화 약세현상이 심화되면서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의 급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엔화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시장은 엔캐리 자금의 청산 정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캐리 자금의 주요 투자처인 호주와 뉴질랜드의 금리인하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작년 7월 지수 110을 넘어섰던 엔캐리 매력도가 올들어 70 아래로 추락했다"며 "엔캐리 자금의 일본 환류가 가속화되며 엔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엔환율 급등으로 2007년말 3.32%였던 엔화대출 평균금리가 지난해 말에는 6.06%로 2배 가까이 뛰면서 엔화대출자 부실이 우려된다. 특히 금융당국에 따르면 엔화대출자의 96% 가량은 중소기업으로, '제2의 키코(KIKO)' 사태마저 예견된다.

2005년 이후 3년여간 연평균 1000원 아래를 밑돌던 원엔 환율과 저금리를 믿고 엔화대출을 받았던 잔액은 작년말 1조4890억엔으로 1년전에 비해 15.2%나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일 무역적자 중 부품소재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대일 수입의존적 수출구조와 일본 고급 소비재 수입 급증세라는 수레의 양 바퀴에 원엔 환율 급등은 대일 무역적자 부담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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