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순환도로 일산IC 인근 도로가 요즘 주말이면 부쩍 붐빈다. 지하철 3호선 백석역 근처의 '일산자이(고양시 식사동 식사지구)' 견본주택 방문 차량이 갑작스레 늘어난 게 결정적 이유다.

지난달 중도금 전액 무이자,계약금 인하(6000만원→3500만원) 등 분양 조건을 완화한 데 이어 양도세 감면 조치(고양시는 양도차익 60% 공제)가 발표되자 견본주택이 다시금 활기를 찾은 것.

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식 계약을 맺을 요량으로 가계약을 한 사람이 최근 열흘간 40여명에 달한다고 GS건설 측은 밝혔다. 지상 30층 가운데 7~8층까지 층고가 올라간 공사현장을 찾아 단지 위치를 확인해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인근 덕이동 덕이지구에서 분양하는 동문굿모닝힐도 미분양 300여가구 가운데 최근 30여가구가 가계약됐다.

아파트 방향이 상대적으로 안좋은 중 · 대형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데 양도세 감면 소식에 이들 물량에도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강 건너편 김포 한강신도시의 우남퍼스트빌 아파트는 미분양 240여가구 가운데 최근 110가구를 가계약하는 성과를 올렸다. 연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경기부양책(양도세 감면)에 미분양 주택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5년간 양도세 100% 면제 또는 양도차익 60% 공제 가운데 한 가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시장에서 '왕따'당했던 미분양 주택이 그동안의 설움을 걷어내고 있다.

[강연 내용 전문] 장병채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 사무관
[강연 내용 전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강연 내용 전문]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
[강연 내용 전문]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계약금을 전체 분양대금의 5~10%로 낮추고 중도금을 전액 무이자로 대출하거나 잔금에 합산해 이연해주고 있어 실제로는 1000만~3000만원 정도 여유자금만 있으면 미분양 주택 투자가 가능하다.

다주택 보유에 따른 양도세 중과도 받지 않다 보니 이만한 투자처가 어디 있느냐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 한국경제TV 주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투자설명회'에도 700명 가까운 청중들이 대회의실을 빈틈없이 채웠다. 강사로 나선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무료 설명회를 해도 참가 신청을 한 사람 중 50%가량이 불참하는데,이번 설명회에는 100%가 참석해 깜짝 놀랐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3시간30분 동안 청중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볼펜을 들고 강사의 설명 내용을 메모하며 눈과 귀를 집중했다. 마치 대학 입시설명회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청중의 80% 정도가 40~50대 남성으로 미분양 투자 내지 주택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씨는 "외환위기 직후 양도세 감면 조치가 취해졌을 때 지방에 집을 한 채 샀다가 3년 전에 매각해 재미를 봤다"며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다시 주택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강남구 일원동에서 왔다는 박요셉씨(41)는 "미분양 아파트에는 사실 관심이 없었는데,양도세 감면 조치의 임팩트가 클 것으로 보고 투자용으로 미분양을 구입하고 싶어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업고 온 여성들도 많았다. 또 갑자기 일이 생겨 불참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다 2차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에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앞쪽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안산에서 설명회 2시간 전에 건설회관에 도착한 중년의 투자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총 139명 참가)에서는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차지했다. 실거주용은 30%로 나왔다.

투자 관심 지역은 용인 성복 · 신봉지구가 38%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인천 청라지구(30%),김포 한강신도시(26%) 등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미분양 아파트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가 가장 시급하다고 29%가 응답했다. 21%는 다주택자 양도세 추가 완화,20%는 대출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사로 나선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도 분양가 할인이 미분양 해소의 최선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용인지역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용인시 평균 집값보다 45%가량 비싸다"며 "20~25% 분양가를 할인하는 건설사의 용단이 주택경기 회복에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양도세 감면에 취득 · 등록세 50% 인하,전매제한 완화,재당첨 금지 기간 단축, 재개발 ·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 정부의 공격적인 부양대책이 정책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