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돈 주앙'은 프랑스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한국 관객의 정서와 잘 맞는다.

곡의 리듬과 서정성이 우리 가요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익숙한 선율 덕분에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

'돈 주앙'은 2006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으로 처음 소개돼 3만명 이상을 모으며 사랑받은 뮤지컬.이번에도 당시 연출을 맡았던 질 마으의 버전이다.

한순간의 쾌락과 열정만을 추구하는 스페인 귀족 돈 주앙은 수많은 여자를 유혹하다 조각가 마리아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리아의 옛 연인인 군인 라파엘과의 결투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이 작품은 돈 주앙의 삶만큼이나 격정적이다. 2006년 내한했던 오리지널팀의 플라멩코 댄서들과 악단이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마으의 연출법은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대사도 하며 춤을 추는 영 · 미권 뮤지컬과 달리 가수와 무용수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한다. 그래서 기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테크닉의 안무가 나온다.

또 무대 바닥을 40㎝ 두께의 나무로 만들어 플라멩코의 경쾌한 발구름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게 했다. 여성 댄서들의 섹시한 몸짓과 남자 무용수들의 힘 있는 동작으로 스페인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배우들의 가창력도 수준급이다. 마리아를 맡은 안유진은 부드러움 속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뽐낸다. 돈 주앙에게 버림받은 여자 엘비라를 맡은 최미소는 청순한 여인에서 복수를 꿈꾸는 악녀로 제대로 변신한다. 특히 조연 돈 카를로스를 맡은 조휘는 주연의 가창력을 넘어선다.

130개의 작은 조명이 무대 바닥으로 빛을 빠르게 끊어가며 쏘는 기법으로 세찬 빗방울을 표현하는 것도 독창적인 장면이다. 회전무대를 통해 극에 리듬과 속도감도 부여했다.

하지만 흐름의 완급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시종일관 무겁고 열정적이다 보니 오히려 드라마틱해야 할 부분이 죽는 느낌도 든다. 섹시한 돈 주앙이 보고 싶다면 주지훈,격정적이면서도 박력 있는 돈 주앙을 보고 싶다면 강태을을 추천한다. 김다현표 돈 주앙도 안정감 있다.

오는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평일 3만~11만원,주말 4만~12만원.1544-1555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