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2기 경제팀이 '정책 속도전'을 펴고 있다. 통상 취임 초기에는 인력 재배치하랴,업무 파악하랴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 팀은 그렇지 않다. 연일 파격적인 대책들을 쏟아내면서 정책을 통한 리더십을 키워가고 있다. '구원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한 지금이야말로 민감한 정책을 손쉽게 관철시킬 수 있는 호기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이 적응기를 허락하지 못할 만큼 심각하다는 게 더 큰 추동력인 것으로 보인다.

◆속도내는 2기 경제팀

윤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을 주장했다. 얼어붙은 경기를 녹일 화톳불은 정부 재정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3월 중 추경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도 소리소문없이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1기 경제팀이 추진했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면제 혜택을 신축주택 전체로 확대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세제 혜택의 '금지구역'이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50%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시중 자금난 해소책과 기업 구조조정 대책도 일반적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만들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보증을 전액 만기 연장할 뿐 아니라 수출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증비율을 95%에서 100%로 높여 '묻지마 대출'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휴일에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막후 정치력을 보이기도 했다. 자본확충펀드 이용을 꺼리던 시중은행들의 입장을 돌려세웠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 신용대출을 전액 연장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외환위기 때 사용했던 도구를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실채권 해소를 위해 정부 보증채를 재원으로 하는 공적자금을 조성,구조조정펀드를 만들기로 했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법상 기준인 8%를 넘는다 해도 예외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건설 · 조선업종에 이어 44개 대기업 그룹에 대해 작년 말 기준으로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해 불합격 그룹에 대해서는 자산 매각,계열사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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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현장

2기 경제팀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바로 실물경제 현장이다.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도 실물경기 추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2기 경제팀의 원초적 한계다.

세계경제 침체는 하루가 다르게 심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1월 2.2%에서 지난달 0.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사상 최악의 감소세(작년 같은 달 대비 -18.6%)를 보였고 수출은 32.8%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10만명 이상 감소하며 올해 전체적으로 2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더 큰 파도를 몰고 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라트비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국가 부도 상황에 내몰리면서 2차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의 CDS(신용 부도 스와프) 프리미엄은 작년 말 316bp(1bp는 0.01%)에서 지난 17일 412bp로 급상승했고 원 · 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이미 돌파했다. 외채 만기가 집중 돌아오는 다음 달에 또다시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시장의 유행어로 떠돌기까지 한다.

결국 윤증현 경제팀의 성패는 '실물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