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 · 기업의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즉시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의 집 등에 대해 채권자가 마음대로 채권을 강제 집행해 빼앗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법무부는 23일 교수 · 판사 · 변호사 등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통합도산법개정위원회(위원장 오수근 이화여대 법대교수)를 발족하고 올 8월까지 도산법 전면 개정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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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에 따르면 앞으로 개인 ·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채무자 자산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즉시 동결된다(자동중지제도).미국 연방도산법 등에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 도산법은 채무자가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별도 금지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일부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막을 수 없는'포괄적 금지명령제'를 택했다. 이 때문에 채무자가 금지명령을 내고 받아들여지기까지 일정 시간 동안 불시의 가압류 등을 당할 소지가 있었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정진용 검사는 "도산제도의 출발점은 채무자 원본 재산을 보존하고 이를 증식해 채권자들에게 원활한 변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자동중지제는 이 같은 취지이고,회생절차에 들어오기 꺼리는 채무자에 대한 인센티브(유인책)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동중지제의 연장선에서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담보채권도 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도산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개인에 대한 변제계획이 인가(회생절차 시작)됐다 하더라도 은행 등 채권자가 채무자 집을 경매로 부치는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현행법상 주택저당권 등 담보권은 채무자 회생절차에 따른 채권자 권리행사 제한을 받지 않으며 별도로 민사적 집행(경매입찰 등 강제처분)이 가능한 권리(별제권)이기 때문이다. 회생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서민이 주거권을 박탈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장치인 셈이다.

정부는 또 "최악의 경우에도 모든 채권자의 이득을 보장하겠다는 '절대우선의 원칙'을 도산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채권자 중 회생계획에 동의하지 않는 특정 채권자가 있더라도,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기 전 이 채권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채무자 재산을 분배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 역시 미 연방도산법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의 회생절차 적절성 평가항목 중 하나다. 이는 자동중지제와는 반대로 채권자를 회생절차에 동의하게 하는 유인책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