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궤도 진입한 '탱크'
최경주(39 · 나이키골프)와 필 미켈슨(38 · 미국)이 2009시즌 출전한 미국PGA투어 네 번째 대회에서 함께 웃었다. 최경주는 올 시즌 처음으로 '톱10'에 들었고,미켈슨은 우승컵을 안았다.

최경주는 23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1)에서 끝난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미켈슨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를 차지했다. 17번홀까지 미켈슨을 1타차로 따라붙었으나 마지막홀에서 3m거리의 버디퍼트가 홀을 외면하는 바람에 아쉽게 3위로 밀리고 말았다. 그러나 최경주는 올 들어 출전한 네 대회 중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며 32만7600달러(약 5억원)의 상금을 챙긴 것은 물론 플레이 내용이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나흘 동안 모두 60타대 타수를 기록했다. 파가 71인 코스이긴 하나,그가 1~4라운드 내내 60타대 스코어를 낸 것은 2006년 7월 US뱅크챔피언십 이후 31개월 만이다. 투어통산 7승을 올린 베테랑이지만,그만큼 기복이 있었다는 얘기다.

안정궤도 진입한 '탱크'
최경주는 특히 아이언샷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나흘 평균 그린적중률이 72.2%에 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매일 18개홀 가운데 13개홀에서 그린을 적중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버디 기회를 많이 맞이했다. 최경주가 이번주 타이거 우즈가 복귀하는 액센츄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최경주는 1회전에서 승리할 경우 2회전에서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지만 우즈나,비제이 싱,미켈슨 등과는 결승전까지 맞닥뜨리지 않는다.

1,3라운드 선두 미켈슨은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스티브 스트리커의 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13만4000달러(약 17억1000만원)를 손에 쥐었다. 통산 35승째.

최종라운드는 미켈슨의 플레이 스타일만큼이나 기복이 심했다. 4타차 선두로 출발한 미켈슨은 마지막 세 홀을 남기고 선두권에 2타 뒤지는 위기를 맞았다. 그 결정적 순간에 미켈슨의 저력이 빛났다.

16번홀(파4)에서 152야드거리 9번아이언샷을 홀옆 1.5m 지점에 떨군 것.누가 보아도 승부의 분수령이 된 샷이었다. 그 버디퍼트를 넣어 1타차로 접근한 뒤 17번홀(파5)에서는 '데일리 드라이버샷'에 이어 1.8m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공동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중간 합계 15언더파.그 때 마지막홀 보기 탓에 14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스트리커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연장전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장으로 향했다.

마지막홀에서 미켈슨은 1.8m 파퍼트를 남겨두었고 그 거리에서 성공률은 68%로 연장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하지만 그 퍼트가 홀속으로 사라지며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진 것과 동시에 스트리커의 연습도 끝나고 말았다. 미켈슨이 최종일 언더파를 못 치고도 우승한 것은 2005년 USPGA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