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 가속화…동유럽 위기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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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차 축소ㆍ시장불안으로 해외 투자자금 회수
금융사 운용자산 급감…글로벌 시장 '태풍의 눈'
금융사 운용자산 급감…글로벌 시장 '태풍의 눈'
최근 동유럽 금융위기가 일본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싼 이자의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돈) 청산을 가속화시켜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다른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유럽 은행을 통해 동유럽에 투자된 엔캐리 자금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경우 일본 은행들이 마구잡이 자금 회수에 나서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일본 은행들이 오는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한국으로부터 돈을 빼 나가 한국이 외화 부족 사태를 맞을 것이란 '3월 위기설'과도 연결돼 있다.
23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회사들이 동유럽 국가에 대해 갖고 있는 총채권(대출+유가증권+지급보증)은 작년 9월 말 현재 283억달러(약 42조45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동유럽 최대 채권국인 오스트리아의 은행(2776억달러)들에 비해선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 금융사들이 동유럽에 직접 빌려준 돈 외에도 많은 엔화 자금이 서유럽 은행을 통해 동유럽에 투자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동유럽 국가의 가계대출 이자가 연 15~30%로 높아 엔캐리 자금이 서유럽 은행을 통해 대거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동유럽 은행들의 파산 등으로 엔캐리 자금의 손실이 커지면 일본계 금융사들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대출이나 투자금을 동시다발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엔캐리 자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일본 투자신탁업체들의 해외 운용자산 규모는 2007년 10월 38조엔을 정점으로 지난 1월에는 20조엔까지 줄었다. 약 15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또 일본 내 외국계 은행 지점이 본점에 맡긴 돈(엔캐리로 추정)도 2007년 6월 23조엔에서 작년 말에는 10조엔으로 57% 감소했다.
이 같은 엔캐리의 청산은 주요국들이 경기침체로 금리를 내리면서 일본과의 금리 차이가 급속히 줄어든 탓이 크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일본에 비해 연 3.75%포인트나 높아 엔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차이가 0.15%포인트로 줄었다. 유럽이나 뉴질랜드 한국 등 그동안 금리가 높아 엔캐리 자금이 많이 유입됐던 나라들과의 금리 차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외국과의 금리 격차가 축소된 가운데 동유럽과 같이 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엔화자금의 유턴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에노 다이사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에서 다음 달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금융권이 해외 대출금과 투자 자금을 추가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엔캐리 청산이 국제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빌려준 돈은 총 130억달러로 이 가운데 3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20억달러 정도에 그쳐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서유럽 은행을 통해 동유럽에 투자된 엔캐리 자금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경우 일본 은행들이 마구잡이 자금 회수에 나서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일본 은행들이 오는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한국으로부터 돈을 빼 나가 한국이 외화 부족 사태를 맞을 것이란 '3월 위기설'과도 연결돼 있다.
23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회사들이 동유럽 국가에 대해 갖고 있는 총채권(대출+유가증권+지급보증)은 작년 9월 말 현재 283억달러(약 42조4500억원) 규모에 달했다. 동유럽 최대 채권국인 오스트리아의 은행(2776억달러)들에 비해선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 금융사들이 동유럽에 직접 빌려준 돈 외에도 많은 엔화 자금이 서유럽 은행을 통해 동유럽에 투자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동유럽 국가의 가계대출 이자가 연 15~30%로 높아 엔캐리 자금이 서유럽 은행을 통해 대거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동유럽 은행들의 파산 등으로 엔캐리 자금의 손실이 커지면 일본계 금융사들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대출이나 투자금을 동시다발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엔캐리 자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일본 투자신탁업체들의 해외 운용자산 규모는 2007년 10월 38조엔을 정점으로 지난 1월에는 20조엔까지 줄었다. 약 15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또 일본 내 외국계 은행 지점이 본점에 맡긴 돈(엔캐리로 추정)도 2007년 6월 23조엔에서 작년 말에는 10조엔으로 57% 감소했다.
이 같은 엔캐리의 청산은 주요국들이 경기침체로 금리를 내리면서 일본과의 금리 차이가 급속히 줄어든 탓이 크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일본에 비해 연 3.75%포인트나 높아 엔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차이가 0.15%포인트로 줄었다. 유럽이나 뉴질랜드 한국 등 그동안 금리가 높아 엔캐리 자금이 많이 유입됐던 나라들과의 금리 차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외국과의 금리 격차가 축소된 가운데 동유럽과 같이 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엔화자금의 유턴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에노 다이사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에서 다음 달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금융권이 해외 대출금과 투자 자금을 추가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엔캐리 청산이 국제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빌려준 돈은 총 130억달러로 이 가운데 3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20억달러 정도에 그쳐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