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의료관광이 고수익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의료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의 수익과 관광 수입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35개 의료기관이 가입돼 있는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회장 안유헌)는 지난해 모두 2만50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방문,전년도 1만6000명에 비해 56.3%나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전략상품개발팀장은 "정부와 지자체,병의원들의 적극적인 환자 유치 노력으로 지난해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병원에 총 3만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관광 알선업을 공식 허용키로 해 향후 수년간은 외국인 환자 증가세가 매년 4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외래환자 4683명,입원환자 333명(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외래 · 입원 별도 집계) 등 가장 많은 외국인을 유치한 연세의료원의 경우 환자 1인당 입원치료(수술 약물치료 등)에 1425만원을 써 내국인(53만원)의 25.8배에 달했다. 외래진료비도 외국인 1인당 71만원으로 내국인(13만원)의 5.4배 수준이었다. 특히 프리미엄 건강검진상품이 1인당 399만원,종양내과의 항암제 치료가 하루 입원에 479만원 등의 고수익을 올렸다. 삼성서울병원은 몽골에서 온 76세 고령환자가 5개월간 입원하면서 4억2000만원을 지출하는 등 외국인 입원치료 환자 94명이 지난해 평균 1710만원을 썼다.

연세의료원은 국내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았고 삼성서울병원 역시 미국 백악관이 지정한 아 · 태 지역 유일의 협력병원이라는 점이 외국의 부유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병원은 외국인 환자에게 국내 건강보험수가의 3배가량을 청구하고 있다.

우리들병원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한 외국인 환자가 진료비로 700만원을 지불,내국인(450만원)보다 35.7%나 많았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국립암센터도 건강검진으로 각각 1인당 154만원과 126만원의 진료수입을 올렸다. BK동양성형외과는 성형수술로 1인당 500만원,아름다운나라피부과는 스킨케어로 95만원의 고수익을 올렸다.

이상준 의료서비스협의회 부회장(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중국 동남아 일본에선 한류 열풍으로 성형 및 피부미용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미국 러시아 몽골 등에선 건강검진 암 · 심장병 · 척추관절 질환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대등한 높은 의료 수준과 자국보다 3분의 1 이하로 낮은 치료 비용이 외국인이 찾아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경제 수준이 높고 체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들로 인한 관광수입(국적기 항공료 포함)도 일반 관광객(1인당 1273달러)의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의 높은 환율(달러당 1500원)을 감안하면 외국인 의료관광객 1인당 573만원을 풀고 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따르면 미국 환자들은 통상 왕복 항공료(약 240만원),4박 숙박료(약 100만원),국내 면세점에서 해외 명품 쇼핑(약 200만원),스파(약 24만원) 등에 최소 564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인 의료환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료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국내 보험사의 의료관광 알선업 진출,의료관광객에 대한 복수비자 허용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몽골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의료관광을 올 정도라면 각국에서 대단한 부유층이나 실력가이므로 최대한의 특혜를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