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소재로 가볍게 만든 옷으로 남성들이 멋을 뽐낼 수 있도록 디자인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남성 패션을 선도하는 패션기업이 될 것 입니다. "

남성토털패션 업체인 에프에이비아이엔씨 이시찬 대표(45)는 요즘 주말과 휴일에도 매장을 방문하느라 쉴 틈이 없다. 경기침체로 소비 위축 직격탄을 맞고 있는 패션업계에 최고경영자의 한걸음 한걸음이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장에 진열된 옷의 상태를 점검하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인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 대표는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와이셔츠에 땀이 배일 정도"라며 "최근 몇 달 새 몸무게가 5㎏ 넘게 빠졌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주중에는 직원들과 디자인 개발 회의에 몰두한다. 밤을 새우는 날도 많다. 매달 한두 차례씩 일본을 방문해 패션 트렌드를 살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이 대표의 지칠줄 모르는 노력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은 하나둘 결실로 나오고 있다. 2006년 7월 법인을 설립하고 일본레나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듬해 2월 '다반'(D'URBAN)을 론칭했다. 2년 만에 30개의 매장(백화점 25개,로드숍 · 아울렛 5개)을 냈다. 회사 측은 오는 3월 말까지 백화점에 5개 매장을 더 내는 등 연말까지 총 38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들어간 의류업체 세정에서 19년 동안 상품기획 생산 유통 영업 중국법인장 등을 맡으며 패션업계에서 굵은 잔뼈가 이 대표의 역량을 높여줬다고 업계에서는 평한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 50개가 넘던 협력업체를 30개로 줄이고 시장을 읽는 혜안으로 시즌보다 앞서 비수기에 생산하는 전략으로 원가를 줄여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올 봄 신상품으로 통기성 투습성 열전도성 기능을 4배 이상 향상시켜 착용 시 쾌적함을 주는 신소재로 디자인한 '초경량'(light breeze)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일본레나운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준비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봄 신상품으로 첫 선을 보이는 것"이라며 "양복 한 벌에 88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착용감 등 기능성과 디자인을 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양복의 중량을 낮추기 위해 어깨에 들어가는 부자재인 패드와 가슴 쪽에 넣는 부자재 마꾸라를 경량화하고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넣는 계심과 접착천인 펠트지 크기를 최대한 줄였다. 이를 통해 기존 680g인 언컨수트(일반적으로 가벼운 수트 통칭)의 중량보다 약 100g 가벼운 580g으로 줄여 착용 시 중량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또 일본레나운에서 개발해 국내에 특허등록한 '언타이드'(UnTIED) 셔츠도 지난해 3월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생산 · 판매하고 있다. 언타이드 셔츠는 넥타이를 매지 않았을 때도 깃이 주저앉지 않고 그대로 세워져 있는 셔츠다. 이 대표는 "언타이드 셔츠는 독특한 설계와 봉제로 단추를 열어도 흐트러짐이 없고 목밴드와 첫 단추 사이의 길이가 일반 셔츠보다 길어 깔끔한 브이(V)존을 만들어줘 멋을 한껏 내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메인타깃을 37세로,서브타깃을 30~45세로 정해 소재 컬러 실루엣 등에서 젊고 고급스런 비즈니스 남성복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에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빅3 남성 토털패션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