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델 새라가 뉴욕에서 열린 올 가을 패션쇼에서 구두를 든 채 걷고 있다. 언뜻 보면 일부러 신을 벗어 들고 가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만만하게 워킹을 하던 그녀의 발이 꼬여 한쪽 하이힐이 벗겨진 것이다.

세계 패션계 거물들의 시선이 그녀의 발로 모이자 새라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밟은 '꿈의 무대'가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그냥 내려올 수는 없지.

새라는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아한 걸음을 계속한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사진=AFP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