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24일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 진행 중이라며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재 이를 위한 준비 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아직 미사일이 발사대에 장착되지는 않았으며 연료 주입 과정을 고려하면 미사일 발사까지는 최소한 10일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기지 주변에 차량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군은 미사일 발사 이후 궤적과 탄착 지점 탐지를 위해 레이더와 계측장비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인력과 장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보아 조만간 미사일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대포동 2호는 발사대에 장착된 이후 액체연료가 주입된 뒤 발사됐는데 연료 주입에만 5~7일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광명성 2호' 발사 준비작업을 발표한 것으로 미뤄 준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전문가는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하기 전까지의 모든 공정이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이달 말이나 3월 초에는 미사일을 발사대에 옮겨 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징후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앞으로도 만반의 대응책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4월 초 · 중순으로 예상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와 3월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전후가 유력하다고 보고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출범이 예상되는 3기 김정일 체제를 자축하고 대내 결속 차원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가능성 높다"면서 "미국이 부정적인 대북 메시지를 고수할 경우 미국을 조속히 양자회담에 앉히기 위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전후로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전에도 북한은 1998년 7월26일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한 달여 뒤인 8월31일 '광명성 1호'를 발사했으며 그 나흘 뒤인 9월4일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9월5일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김일성 사후 본격적인 '김정일 체제'를 대내외에 선언했다.

북한이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강행하는 이유는 미사일 발사 성공을 통해 얻게 될 외교적 성과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이미 40㎏의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2006년 핵실험을 통해 기폭실험도 성공해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최대사거리가 1만㎞ 이상인 개량형 대포동 2호 미사일마저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 본토가 북한의 직접적인 핵위협에 노출되는 만큼 미국의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란

좀처럼 언론에 공개되지 않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이번 담화의 주체로 소개됐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미사일 운반 로켓,위성 등의 연구 제작과 개발,시험 등을 주관하는 조직으로 국가급 비밀기관에 속해 있으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내각의 지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회/김태철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