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다음주 대규모 분기 손실 발표를 앞두고 정부 보유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과 함께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에 이어 AIG까지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부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정부의 부실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로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AIG,파산보호 신청도 검토

CNBC방송에 따르면 AIG는 대규모 분기 손실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정부와 추가로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회사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AIG가 작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부실자산 상각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인 600억달러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AIG가 파산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AIG는 지난해 9월 1차로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79.9%의 지분을 우선주 형태로 정부에 넘긴 바 있다. 이 중 400억달러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AIG에 대한 지원 규모는 작년 10월 123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11월 다시 총 15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미 지분 79.9%를 보유 중인 정부가 규정상 더 이상 지분율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AIG는 보유자산의 급속한 부실화와 파생상품 보증손실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 재무구조를 높이기 위한 자산 매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AIG의 생명보험 사업부문인 아메리코 입찰 매각에 메트라이프와 악사가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AIG는 정부 측과 추가 지원 협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파산보호 신청 가능성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는 AIG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률회사 웨일,고트설 앤드 맨저스를 고용했지만 현재로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구제금융에도 부실 더 심화

씨티그룹도 미 정부가 보유 중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 정부는 두 차례에 걸친 자본투입과 보증수수료 등으로 받은 총 520억달러어치의 씨티 우선주 가운데 450억달러 규모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 밀러 프리드먼빌링스람세이 그룹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씨티 시가총액의 5배나 되는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미 국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융사를 국유화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12월 총 174억달러의 지원을 승인받은 GM과 크라이슬러는 최근 정부에 자구안을 내면서 다시 166억달러와 50억달러씩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추가 구제금융이 없으면 2분기를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추가로 요청한 자금을 합치면 GM과 크라이슬러에 투입되는 구제금융은 모두 390억달러가 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판매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GM과 크라이슬러에 다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