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루이비통 가방을 사려면 면세점과 백화점 중 어디로 가야 할까. 정답은 백화점이다. 백화점에서 91만원인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백'이 면세점에선 5만원(5.4%) 비싼 9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24일 1516.3원까지 치솟으면서 적용 환율을 한 달에 한 번 조정하는 백화점보다 매일 바뀌는 면세점의 명품 가격이 더 비싼 역전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세금이 없는 면세점이 더 싸야 정상인데 환율이 한 달 새 10%나 뛰었기 때문.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가격은 그대로인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화로 환산하면 가격이 평균 10.1% 높아졌다"며 "브랜드별로 환율 상승분만큼 세일을 통해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27일부터는 상품권 증정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서면서부터 '노 세일' 명품들은 환율 상승분이 고스란히 가격에 전가되는 양상이다. 루이비통 '멀티컬러 스피디 백'의 면세점 가격은 306만원으로 백화점 매장(290만5000원)보다 15만5000원이나 비쌌다. 지난달 187만원에 팔던 샤넬 백은 현재 206만원에 나와 있다. 면세점에서 125만원인 구찌의 '디골드'는 백화점 등 일반매장보다 25만5000원이나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이 상승해도 면세점에서 달러로 결제하면 상관없지만 원화로 사는 내국인 손님이 뚝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명품 브랜드가 스스로 가격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900달러였던 끌로에 '패링턴' 가방은 1744달러로 내렸다. 그럼에도 환율 급등 탓에 원화로 환산하면 58.4% 비싸다.

이와 함께 직수입 브랜드들의 봄 신상품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달러 · 엔 · 유로화 가치가 모두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우려,가격을 5~30% 정도 인상하는 데 그쳤다. 올해 봄 상품의 경우 마크바이제이콥스가 10%,아르마니 · 돌체앤가바나가 15%,폴스미스 · 띠오리 · 버버리칠드런 · 폴로보이즈는 10~15% 각각 가격이 올랐다. 일본 츠모리치사토 · 플리츠플리즈는 20~30%나 인상됐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본사와 상의해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때로 결제시기를 조정하거나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번 나눠 들여오던 것을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최진석/강유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