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분야에서 여성 인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입사원과 간부들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배출될 전망입니다. CEO에는 성 차별이 없습니다. 업무 능력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오너 일가가 아닌 첫 여성 CEO로 이달 초 발탁된 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47)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여성 CEO로서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여성 CEO가 배출되지 않은 것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지 능력 부족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외 출장 중에 승진 인사를 통보받았다는 그는 "글로벌 엔터테이너가 되겠다"는 말로 포부를 밝혔다.

"영화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5년 후 수익의 절반을 해외에서 창출할 수 있도록 해외사업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

김 대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시장은 권역별 특성에 맞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이라며 "미국에서는 메이저들의 투자를 이끌거나 공동 기획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메이저와 공동으로 리메이크도 하고 일본에서는 연내에 직배사를 출범시켜 영화를 직접 배급하며 중국에서는 한국 배우를 출연시키는 합작 프로젝트를 장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준메이저인 라이언스게이트와 로맨스물 '코리아웨딩'을 공동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한국 촬영 분량이 전체의 80% 이상이어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것.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유니버설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과 합작한 '어거스트러쉬'는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14년간 CJ가 축적한 250여편의 영화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추진하겠습니다. 우리나라와 거래가 적었던 중남미 중동 인도 등을 집중 공략할 생각입니다. "

김 대표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고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1986년 디자인스쿨 프랫(pratt)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고 현지 교육방송사(PBS) PD로 일한 그는 한국에서 2003년 컬럼비아 트라이스타(현 소니) 배급담당 상무로 일하면서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했다. 그는 2004년 온라인광고마케팅 회사인 아트서비스 대표로 취임해 CJ엔터테인먼트 작품의 온라인 광고 마케팅을 맡으면서 CJ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에는 CJ 배급마케팅 부장으로 스카우트됐고 이듬해 해외영화사업본부장에 취임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