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그룹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내 계열사 주식 매입한도가 최대 50%까지 확대된다.

의결권도 최대 15%까지 행사할 수 있어 지배구조가 취약한 그룹은 펀드를 활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 시행령은 자산운용사가 회사 전체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 등 주식자산의 10%와 개별펀드 자산의 50%까지 계열사 주식을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는 개별펀드에서 펀드자산의 10% 이내,또는 그룹 시가총액 비중까지로 제한됐던 데서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투신의 경우 그동안 계열사 지분취득 제한규정에 묶여 삼성그룹주펀드 출시가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룹사 펀드를 새로 만들 수 있게 됐다. 현재는 한국투신운용과 동양투신운용만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가 주요 경영상의 쟁점에 대해 최대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지분구조가 취약한 그룹의 경영권 방어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자본시장법 87조는 펀드 내 계열사 지분이라도 임원 임면, 정관 변경, 영업 양수도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발행 주식의 15% 이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분에 대해서는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넘기는 것처럼 우호적인 특정 기관에 넘겨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법은 자산운용상 여러 걸림돌을 제거,펀드상품 개발과 운용이 한결 용이해질 전망이다.

우선 주식형펀드 내 다른 펀드 편입 비중이 종전 5%에서 40%로 확대됐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경우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40%까지 편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자산만 가능했던 위탁운용도 범위를 넓혀 국내 자산에 대해서도 운용사 전체 자산의 20%까지 허용했다.

운용사들이 계열 증권사에 줄 수 있었던 주문 한도도 없어졌다. 법 시행 전에는 운용사 주문의 50%까지만 계열 증권사에 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0%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명확한 위탁증권사 선정 기준을 두도록 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의 포괄주의 원칙에 맞춰 운용사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