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차를 수리하고 나면 마치 '범인'을 잡은 것과 같은 희열이 느껴집니다. "

이광표 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팀 차장(사진)은 사내에서 '자동차 주치의'로 통한다. 그는 1977년 현대차에 입사한 후 30년이 넘도록 아프고 병난 자동차를 치료하는 데 매달려 왔다. 이제 웬만한 차는 소리와 냄새만 맡아도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비에 잔뼈가 굵었다.

그는 '가장 힘들게 정비한 차가 뭐냐'는 질문에 현대차의 경차 아토즈를 정비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1997년 아토즈가 처음 나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죠.아침마다 시동이 안 걸리는 결함을 해결하느라 20일이 넘도록 추운 겨울 아침에 수십대의 차를 세워놓고 씨름을 했죠."

이 차장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비상이 걸린다. 신차 출시 후 결함이 발견되면 판매에 큰 지장을 받는 만큼 빠른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차 결함은 정비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죠.신차 정비는 촌각을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 그는 지난해 문제가 불거졌던 제네시스의 결함을 찾고 해결하는 데도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차장은 "정비에 대한 무지가 사고를 부른다"고 했다. 피가 나거나 콧물이 떨어지면 몸이 아픈 신호인 것처럼 차도 열이 나거나 오일 물 등이 바닥에 떨어지면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라는 지적이다. 차에서 독특한 소음이 들리는 것도 차가 고장났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와 다른 소리를 일찍 감지하려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비를 어렵게 느끼는 일반인들이 정비 지식을 친숙하게 익힐 수 있도록 만화로 엮은 정비책 '자동차랑 놀자'도 출간했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로 고장난 차를 수리해 다시 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간단한 정비 지식만 익혀도 자동차 10년 타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비 기술은 세계적입니다. 외국인들은 끈기가 부족해 A부터 D 상태까지의 차만 수리할 수 있다면 한국인들은 E 상태인 '중증' 차도 충분히 수리가 가능합니다. " 그는 한국 정비사들의 손기술이 뛰어난 만큼 국내 자동차 AS(애프터서비스) 기술을 세계화하는 것도 자동차 업계의 불황을 타개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1년 '늦깎이 대학생'이 된 이 차장은 2004년 졸업 후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지난해 바이오 디젤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자기계발 열의도 남다르다. "정년 퇴직 후엔 큰 정비공장을 세우는 게 꿈입니다. 평생 정비를 해온 만큼 앞으로도 자동차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죠."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