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방통위로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를 열어 KT-KTF 합병건을 심사한 결과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돼 조건 없이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철수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경쟁사들이 제기하는 KT의 필수설비 독점에 따른 문제는 합병으로 인해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있던 사안이어서 심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유선 통신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전주 · 관로 등 필수설비에 대한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방통위에 전달키로 했다.
이로써 KT-KTF 합병은 방통위의 손으로 넘어갔다. 방통위는 법률 경제 회계 등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심사가 27일 마무리되면 늦어도 내달 중순께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관심사는 KT-KTF의 합병 인가 조건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필수설비가 KT 중심으로 돼 있어 다른 업체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인가조건에 필수설비 문제를 연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필수설비 문제는 합병과 무관하다는 공정위의 결론 때문에 합병과 별도로 다뤄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K · LG 통신계열사와 케이블TV 등 반(反) KT 진영은 공정위 결정이 일방적인 KT 편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당시 하나로텔레콤) 인수 때는 주무 부처였던 정보통신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800㎒ 주파수 회수 등의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던 공정위가 이번엔 조건 없는 승인을 내려 정책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KT,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띄우기
KT는 이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당기순이익 50% 이상 배당 △5년간 5000억원 인건비 절감 등 주가부양책을 내놨다. 이 사장은 "합병 성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카드를 쓸 것"이라고 했다.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 청구에 나서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어서다. 지난달 합병 발표 때 KT는 1조원,KTF는 7000억원의 범위에서 주식매수 청구를 받고 이를 넘어서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의 당근책에 이날 주가는 3만7800원으로 5.6% 급반등했다. 그러나 주식매수 청구 기간이 한 달이나 남아 있어 추가 부양카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유럽 국가 디폴트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지극히 불투명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제시한 올해 2700억원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커녕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방어에 거액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