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참하라》는 피지배층의 관점으로 풀어낸 조선통사다. 재미 사학자인 백지원씨는 27명의 조선 왕 가운데 세종과 정조를 제외하면 '밥값이라도 한 왕'이 5~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밀어주던 개혁사상가 조광조를 개혁 도중에 처형한 중종은 우유부단한 '얼뜨기',탐욕스런 문정왕후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한 명종은 '마마보이',비겁하고 간교한 선조는 '소인배',무능한 헌종과 철종은 '하는 일 없이 세월만 축낸' 왕으로 묘사된다.

그는 들머리부터 '조선왕조 최대 사건은 임진왜란이 아니라 명의 멸망'이라면서 허상의 명리를 앞세워 명나라를 아비처럼 떠받든 지배층의 태생적 한계,세계적으로 가장 악랄한 신분제도,혀를 내두를 부패상 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