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우연히 한 주식 설명회장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재야 고수로 한 때 이름을 날렸던 A씨가 진행하는 설명회장은 50~60대 장년층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시절. "누가 펀드로 100% 넘는 수익을 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횡행하던 때이기도 했다.

'주식설명회에 구름처럼 인파가 몰리고,너도 나도 펀드며 주식을 산다, 어! 이거 지금 꼭지 아냐?' 하는 생각들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그로부터 1년 반도 채 안 지난 요즘, 코스피지수는 1000 포인트 방어가 힘겨울 지경이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주위엔 주식과 펀드 손실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지지수다.

왜 주가는 내가 사기만 하면 내리고 내가 팔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튀어 오를까?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은 아마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이번엔 운이 없어서겠지"라고 쉽게 결론 내버리고 만다. 과연 그럴까? 왜 그 많은 개미들은 거의 모두,그리고 언제나 운이 없을까 ?

실례를 들어보자.주가하락이 가팔랐던 지난해 10월1일부터 10월24일사이 코스피지수는 무려 35%(500포인트)나 빠졌다. 이 기간 중 개인은 거래소에서 3조3000억원의 주식을 샀다. 외국인이 4조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반대다. 지난 1월23일부터 2월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0% 급등했는데 이 기간 중 개인은 약 2조4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역시 1조5000억원을 산 외국인들과는 역방향이었다. 결국 개미들은 운이 나쁜 게 아니라 거의 언제나 주가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왜 시장은 늘 개미들과는 반대로 움직일까 ? 그건 바로 개미들이 보통 사람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혼자 움직이면 불안하니 주위 사람들 대부분이 움직여야 비로소 마음 놓고 따라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바로 시장이 과열권이라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반대로 모두가 투매에 나설 때 자신만 가만히 있다가는 원금 전체를 날릴 것 같은 공포에 사로 잡히게 되고 결국 '팔자'에 동참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때가 바닥이었던 경우가 허다하다.

존 템플턴을 비롯 수 많은 투자 고수들이 '남들과 반대로 투자하라'고 외쳐댄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간 개미들은 마치 뭔가에라도 홀린 듯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만 따라다니다 어느날 갑자기 개미지옥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 자금을 굴릴 때 프로그램된 시스템 트레이딩에 크게 의존하는 이유도 바로 보통 사람이라면 참으로 거스르기 힘든 인지상정에 빠져 거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실 주식시장은 달과 같아서 차면 기울고 때가 되면 다시 차오르게 마련이다. 다만 시장 분석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만 그 때 그 때 그럴 듯한 이유를 대기에 바쁠 뿐이다.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며 지금이야말로 매수기회라고 떠들어대는 목소리도 많다. 귀가 솔깃해 손이 근질근질한 개미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물론 시장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탄을 장전해 놓은 개미들이여, 매수추천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