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인들로 구성될 실버악단 단원을 뽑는 오디션 현장을 찾았다. 13명 선발에 응모한 인원은 총 43명.사실 단원을 모집하며 사람들이 제대로 모일까 걱정했는데 3 대 1의 경쟁률을 넘기며 의외로 호응이 컸다.

단원이 되면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권세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한때 잘나가던 군악대 단장부터 방송국 악단원 등 이력만 들어도 화려한 경력자들이 몰렸다. 평균 연령 66.5세. 이젠 손자 손녀들 재롱을 보며 편안한 노후를 보낼 나이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이 같은 생각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심사장에 들어서며 빗나갔다. 무대에서 백발의 노신사가 보여주는 왕성한 몸짓의 섹소폰 연주는 열정 그 자체였다.

건강을 묻는 심사위원 질문엔 지금도 팔굽혀 펴기를 100개나 거뜬히 한다고 했다. 어느 분은 오디션을 앞두고 매일 30분씩 한 달여를 맹연습했다며 "노인을 한물갔다고 취급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젊은이 못지 않은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저들을 두고 누가 노인이라 하겠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들은 누구인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노인 인구 500만 시대.이들은 1960~70년대 이 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산업화의 주역으로 우리들의 아버지요,어머니 세대다.

누가 뭐래도 그간의 노고에 대해 사회로부터 대접받고 공경받아야 할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92세 홀아버지를 지게에 태워 금강산 구경을 시킨 '지게 효자'의 이야기도 있지만,자신들은 호가호위하며 부모는 독거노인으로 방치하는 한편 멀쩡한 부모를 등 떠밀어 시설에 보낸다. 심지어 불편한 노모를 병원에 두고 잠적하는 현대판 '병원 고려장'이 속출하는가 하면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 부모를 해친 패륜아의 뉴스는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공경은 고사하고 멸시와 학대 등 노인 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는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로 젊은 세대의 경로효친 사상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고령화 사회를 지나 2018년쯤 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국가는 노인 일자리 건강 취미생활 등 복지체계의 강화,학교와 가정은 경로효친 사상 고취에 더욱 힘써야 한다. 누구나 나이 들고 늙어 노인이 된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처럼 부모 돌아가신 뒤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다. 실버악단 오디션 참가자들의 모습에서처럼 활기찬 노년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