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방위의 미디어 관련법 직권 상정으로 여당과 야당이 또다시 극한 대치 상황을 빚으면서 파행(跛行)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직권 상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면서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모든 법안 처리를 실력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쟁점 법안들에 대한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고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민감한 법안에 대해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결국 여당 단독으로 직권 상정에 이른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사태까지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책임의 소재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법안들에 대한 끝없는 반대와 함께 그러한 쟁점 법안의 상정 자체를 거부한 것은 바로 야당이다. 대화와 타협은 처음부터 무시되고,반대논리만 내세워 한시가 급한 '경제살리기 법안' 등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미디어 관련 법안 직권 상정을 잘못이라고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빌미를 야당 스스로가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더구나 미디어 법안뿐만 아니라 출자총액제한 철폐,금산분리 완화 등을 위한 공정거래법 및 은행법 등의 개정을 위한 이른바 '쟁점 법안'들의 처리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이번 2월 임시국회마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들 쟁점 법안 처리가 미뤄진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음 달 정부가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그로 인해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내수진작 방안이 물거품이 된다면 이는 법안처리를 막은 민주당 등의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 등 야당도 더 이상 억지만 부리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시급한 법안심의와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고칠 것은 고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대승적(大乘的)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은 여야가 힘을 합쳐도 빠른 시일내에 위기극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국난적 상황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