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공하고 싶다면 '열등감'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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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라영균 옮김|일빛|296쪽|1만6000원
집안에서 막내는 권력자다. 부모의 측은한 마음을 이용해 막내는 끝없이 요구하고 응석을 부린다. 어느날 막내는 자기가 아프면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다. 아픈 것이 귀중한 재산이요 권력임을 안 막내는 아프고 싶으면 언제든 아플 수 있도록 연습한다.
특히 뭔가 얻고 싶을 땐 아픈 척 하거나 실제로 아프기도 한다. 밥을 먹지 않는 것도 막내의 무기다. 밥을 먹지 않아 얼굴이 해쓱해지면 가족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 애쓰고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년)는 막내의 이 같은 행동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형제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능력도 미약하기 때문에 응석이나 꾀병으로 지배욕과 명예욕을 채우고 열등감을 보상받는다는 것이다.
이 책 《인간이해》는 인간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위해 그가 1927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열등감과 보상을 인간 이해를 위한 기본 개념으로 제시한다. 인간이 유아기부터 갖기 시작하는 열등감은 열등한 신체,열악한 사회환경이나 경제적 궁핍,무시와 모욕감 등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바로 열등감에 대한 보상이며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우월감,자만심,권력 추구와 같은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인간다움,연대감 등 '공동체감(感)'으로 표현된다.
아들러는 여기서 인간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권력욕구 및 우월욕구와 공동체감이라는 두 힘의 상호작용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성격이라는 것.인간이 유아기부터 갖는 열등감과 이를 극복하려는 보상체계 및 행동패턴이 성격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상식이 된 얘기지만 형제 간 서열에 따른 성격 차이,여성은 열등하다는 편견,권위적인 교육의 폐해,어린 아이의 정서발달 과정에서 부모와 사회 및 또래의 역할 등에 대한 연구는 이 같은 아들러의 관점에서 시작됐다.
아들러는 열등감은 건강한 정신 발달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를 왜소하고 열등한 존재로 느끼게 해서 반사회적 태도를 갖거나 병적인 권력욕과 우월욕구를 갖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열등감에 따른 권력욕 · 우월욕구가 공동체감과 조화를 이뤄 자신과 세상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들러는 오늘날만큼 인간소외가 심각한 적이 없었다면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때 프로이트와 '수요 모임'에서 함께 활동했던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을 성적 본능으로 환원하는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견해차로 결별하고 독자적인 학문세계를 구축했다. 프로이트가 개인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과거의 삶에서 찾은 반면 아들러는 미래에 대한 개인의 목표의식에서 현재의 문제를 진단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과 의식,쾌락법칙과 현실법칙 등의 이원론적 사고를 편 데 비해 그는 생활양식을 통해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개인의 통일성과 전체성에 주목했다.
개인심리학,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이며 프로이트,융과 더불어 3대 심층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아들러는 그러나 우리에게 생소하다. 프로이트의 그늘에 가려진 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탓이다.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때에 국내에선 처음 완역된 그의 《인간이해》를 통해 통해 공동체의 연대감을 키워보면 어떨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