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살려면 금융시장이 먼저 안정을 되찾아야 합니다.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상원금융위원회에 나와 금융시스템이 안정되면 내년부터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금융시스템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 곤두박질치고 있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확인해야 합니다.오바마 정부가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해 750억 달러를 투입해 과도한 모기지 부담을 지고 있는 차입자들의 채무재조정을 돕겠다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모기지 금리도 급격히 낮았졌지만 주택 매수세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26일 미 상무부는 1월 신규 주택 판매가 연율 기준 30만9000채로 전월 대비 10.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이에 앞서 발표된 1월 기존 주택판매도 전월 대비 5.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그나마 경매로 집을 사는 비중이 20%에 달해 시장이 정상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이런 정황을 반영,우량한 대형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뉴욕에서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올해 주택 관련 대출에서 발생할 손실이 분기당 14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작년 4분기 이 은행은 주택관련 대출에서 7억7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경기 침체속에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인데요,경기 침체로 실업율이 늘면 정부 정책만으로 주택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JP모건은 올해 말 미국 실업률이 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오바마 정부는 올해 실업률을 8.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대부분의 미 대형은행들도 주택 시장 하락에 따른 부실 자산 상각으로 올해 수익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미국 연방정부는 19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보고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르면 연말께 미 주택시장 바닥 확인 할 듯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변수가 워낙 많아 주택 시장 바닥시점을 얘기가 쉽지 않습니다.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전제를 달면서 미 부동산 시장이 연말께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이코노미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지만 주택가격 바닥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고강도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말부터 주택가격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주택 값이 바닥권에 진입하기까지는 앞으로 11% 더 하락해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 2006년에 비해 3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이는 S&P/케이스-실러 주택지수가 예측한 바닥권 주택가격 하락률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매월 렌트비를 내는 것에 조금만 돈을 더 얹으면 모기지로 주택을 살 수 있습니다.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혼이 난 금융사들이 엄격한 대출 조건을 적용하면서 집을 사는데 따른 초기 부담이 크게 늘어난 점입니다.신용이 좋아도 예전보다는 더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내야 합니다.또 일정한 소득을 증명해야 하고요.세금을 적게 낸 자영업자들은 돈이 있어도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습니다.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미국 금융사들이 파산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을 돼찾아야 모기지 금융시장이 활성화되고 주택시장도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