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헝가리 등 6개국이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지만 IMF에 손을 벌릴 국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날 경우 관련 펀드 비중을 줄여 어느 정도 추세적 상승이 가능한 다른 지역펀드로 옮겨갈 것을 권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1일 "동유럽은 부채(레버리지)를 사랑했고,서유럽 은행은 '동유럽 국가의 부채사랑'을 사랑했다"며 최근 불거진 동유럽 사태를 표현했다. 유럽의 경제호황은 유럽 은행들의 동유럽 진출을 부추겼고 유럽연합(EU) 가입 후 빠른 속도의 경제 발전에 고무된 동유럽 국가들은 거리낌 없이 외국 자본 유입을 즐겼다는 얘기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의 버블을 가져왔고 이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동유럽 국가는 헝가리 터키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세르비아 벨로루시 등 6개국이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도한 대외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낮은 외환보유고 등 동유럽국가의 현실을 감안하면 외부에서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외화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추가로 IMF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동유럽 경제가 연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연구위원은 "IMF는 올 동유럽 국가 성장률을 아시아 중남미 등 여타 이머징국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서유럽 등 선진국의 자금회수로 인해 유동성 부족과 신용경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유럽 경제가 칠흑 같은 어둠에 직면하면서 이 지역에 투자하는 동유럽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수천억원씩 하던 펀드 순자산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펀드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유럽주식형펀드는 1개월과 6개월 평균 수익률(26일 기준)이 각각 -3.57%, -67.68%다. '템플턴이스턴유럽주식형자 A'는 1개월 수익률이 -11.54%이며 6개월은 -63.69%나 된다. 'KB유로컨버전스주식형자'나 '신한BNPP봉쥬르동유럽플러스주식자' 등도 1개월 수익률이 -10%에 육박하고 6개월 수익률은 -60%대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 집중투자하는 '신한BNPP더드림러시아주식자'는 6개월 수익률이 -7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관련 펀드 비중을 줄일 것을 권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동유럽은 경기 회복에 대한 전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들고가면서 고생하는것보단 환매해 현금비중을 높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는 진정될 수 있지만 주가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유럽펀드는 환매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중국이나 브라질 등 다른 이머징펀드로 돌리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낫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