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리테일 한 달…찻잔 속 태풍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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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로 KB투자증권은 온라인 리테일(개인고객 대상) 영업에 뛰어든지 꼭 한 달째를 맞았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과 한 가족인 만큼 이 증권사의 움직임은 증권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도 높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다지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KB투자증권 한 달…속 빈 강정?
KB투자증권은 지난 2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인 'KB플러스타'를 출시하고 온라인 리테일 영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도 업계 최저수준인 0.015%로 책정했고, 출시 후 90일간은 이 수수료를 아예 무료로 하는 이벤트도 진행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이달 2일부터 26일까지 집계된 이 증권사의 누적 신규 계좌 수가 4만1872개로, 일평균으로는 2204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KB투자증권은 신규 계좌 가운데 활동계좌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활동계좌'란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최근 6개월간 거래가 최소한 한 건이라도 있었던 위탁매매계좌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즉, KB투자증권은 신규 계좌의 '양'은 공개했지만, 그 '질'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당수는 프로모션을 통해 개설된 후 거래에 사용되지 않는 '허수계좌'일 것"이라며 "진짜 거래되는 계좌 수는 몇 개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다음 매매가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 "아직까지 별 타격 없었다"
KB투자증권의 온라인 리테일 시장 진출에 따른 업계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온라인 중심인 A사의 2월 일평균 신규계좌수(2월 2~26일)는 지난 1월보다 7%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B투자증권이 HTS를 본격 출시하기 전인 1월에 A사 일평균 신규계좌수가 전월 대비 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B사도 26일까지의 2월 일평균 신규계좌수는 전월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증권사의 1월 실적은 전월보다 14% 감소해 2월에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신설계좌수 증가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B사의 신규계좌수 증가세는 KB투자증권의 리테일 강화 영향이 미미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 주력사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거나 미흡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점포가 많은 제휴 은행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의 고객 10명당 3명의 고객이 유입되는 중요 관문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B국민은행의 가족사인 KB투자증권의 온라인 시장 진입이 온라인 주력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온라인 중심 증권사들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KB투자증권이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키움증권의 경우 고객들의 강한 충성도 등을 감안한다면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다만 "KB투자증권이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속단하지 말고 좀 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KB투자증권의 온라인 시장 진입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일부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들이 온라인 주력 증권사만큼 수수료를 낮췄지만 시장에 이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대투증권은 은행 연계 계좌의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를 0.015%로 내렸다. 기존에 가장 낮은 수준이던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의 0.024%보다도 낮춘 수치여서 당시에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큰 판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에만 기댈 수 있을까?
현재 KB투자증권은 전국 1245개의 국민은행 영업점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을 통해서도 계좌개설에 나선다. 이들 외에도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다른 은행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영업점만으로도 충분히 영업을 할 수 있다"면서도 "연계망을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B투자증권이 추가로 제휴 은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서다. 굳이 이들이 '적과의 동침'을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KB금융지주가 추가적으로 영업점을 갖춘 증권사 M&A(인수·합병)에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식구지만, KB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는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고객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KB금융지주의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은행 고객은 대개 안정지향적이기 때문에 증권 계좌 개설은 하더라도 예금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주식 매매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KB투자증권은 업무영역을 WM(자산관리)분야 등으로 확대, 2013년까지 국내 톱3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포부는 크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KB투자증권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다지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KB투자증권 한 달…속 빈 강정?
KB투자증권은 지난 2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인 'KB플러스타'를 출시하고 온라인 리테일 영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도 업계 최저수준인 0.015%로 책정했고, 출시 후 90일간은 이 수수료를 아예 무료로 하는 이벤트도 진행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이달 2일부터 26일까지 집계된 이 증권사의 누적 신규 계좌 수가 4만1872개로, 일평균으로는 2204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KB투자증권은 신규 계좌 가운데 활동계좌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활동계좌'란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최근 6개월간 거래가 최소한 한 건이라도 있었던 위탁매매계좌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즉, KB투자증권은 신규 계좌의 '양'은 공개했지만, 그 '질'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꺼려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당수는 프로모션을 통해 개설된 후 거래에 사용되지 않는 '허수계좌'일 것"이라며 "진짜 거래되는 계좌 수는 몇 개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다음 매매가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 "아직까지 별 타격 없었다"
KB투자증권의 온라인 리테일 시장 진출에 따른 업계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온라인 중심인 A사의 2월 일평균 신규계좌수(2월 2~26일)는 지난 1월보다 7%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B투자증권이 HTS를 본격 출시하기 전인 1월에 A사 일평균 신규계좌수가 전월 대비 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B사도 26일까지의 2월 일평균 신규계좌수는 전월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증권사의 1월 실적은 전월보다 14% 감소해 2월에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신설계좌수 증가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B사의 신규계좌수 증가세는 KB투자증권의 리테일 강화 영향이 미미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 주력사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거나 미흡하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점포가 많은 제휴 은행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의 고객 10명당 3명의 고객이 유입되는 중요 관문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B국민은행의 가족사인 KB투자증권의 온라인 시장 진입이 온라인 주력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온라인 중심 증권사들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KB투자증권이 온라인 주력 증권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키움증권의 경우 고객들의 강한 충성도 등을 감안한다면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다만 "KB투자증권이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속단하지 말고 좀 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KB투자증권의 온라인 시장 진입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일부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들이 온라인 주력 증권사만큼 수수료를 낮췄지만 시장에 이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대투증권은 은행 연계 계좌의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를 0.015%로 내렸다. 기존에 가장 낮은 수준이던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의 0.024%보다도 낮춘 수치여서 당시에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큰 판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에만 기댈 수 있을까?
현재 KB투자증권은 전국 1245개의 국민은행 영업점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을 통해서도 계좌개설에 나선다. 이들 외에도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다른 은행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영업점만으로도 충분히 영업을 할 수 있다"면서도 "연계망을 점차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B투자증권이 추가로 제휴 은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서다. 굳이 이들이 '적과의 동침'을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KB금융지주가 추가적으로 영업점을 갖춘 증권사 M&A(인수·합병)에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식구지만, KB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는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고객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KB금융지주의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은행 고객은 대개 안정지향적이기 때문에 증권 계좌 개설은 하더라도 예금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주식 매매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KB투자증권은 업무영역을 WM(자산관리)분야 등으로 확대, 2013년까지 국내 톱3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포부는 크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KB투자증권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