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 동대문… 지하철 타고 떠나는 인도ㆍ몽골ㆍ우즈베크 맛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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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캘리잉게?"(안녕하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스와드 리지에!"(맛있게 드세요) "단네바드."(감사합니다)
지난 26일 저녁 6시30분 음식점에 들어서자 인도인 직원이 반갑게 맞았다. 99㎡(30평) 남짓한 규모의 식당 내부는 실과 비즈(구슬)로 만든 벽 장식과 장식품들로 꾸며졌다. 한 쪽에 걸려 있는 TV에선 인도 가수들의 흥겨운 뮤직 비디오가 방송되고 있었다.
이곳은 인도 · 네팔 음식점인 '나마스테'. 인도도 네팔도 이태원도 아닌 동대문에 있다. 동대문은 흔히 두타,밀리오레 등 패션 타운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또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인도,네팔,우즈베키스탄,몽골 등 제3세계 음식점들이다. 러시아와 인근 국가들의 보따리상들이 동대문 일대 의류시장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겐 향수를 달래며 모국 사람들과 교류하는 소중한 공간이고 한국인들에겐 일상에 지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여행지'다.
◆본토향 짙은 탄두리 치킨과 카레의 향연
'나마스테'는 지하철 1 · 6호선 동묘앞역 5번 출구 바로 옆 건물 2층에 있다. 인도 출신의 보가티 사장(38 · 한국 이름 민성욱)이 2000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인도와 네팔의 주식인 카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지만 본토 출신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하고 그릇도 인도에서 공수해 온 것이어서 마치 현지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탄두리 치킨'(1만2000원)과 '양고기 나바비 카레'(1만2000원)가 인기 메뉴다. '탄두리 치킨'은 요거트 소스에 마살라(향신료의 일종) · 마늘 · 생강 등을 넣은 양념 소스를 칼집 낸 닭에 한참을 재워 구운 것.'양고기 나바비 카레'는 코코넛이 들어가 맛이 맵지 않고 달콤하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겐 '탄두리 믹스 그릴'(2만5000원)이 적합하다. '탄두리 치킨'과 탄두리에서 구운 왕새우,양고기 케밥,피시티카(생선을 작게 잘라 탄두리에 구운 것) 등으로 구성돼 2~3명이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인도 · 네팔 음식점인 '히말라얀'은 동묘앞역 8번 출구 오른쪽 건물 3층에 있다. 역시 네팔 출신의 삭티 구릉 사장(39)이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탄두리 치킨' 외에 '서모사'(2개 · 3000원)라고 하는 감자 · 건포도 · 콩을 넣어 튀긴 인도식 만두,'새우 카레'(7000원)를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히말라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음식점 '뿌자'는 김윤연씨(36)가 네팔인 남편 히라찬 디네시씨와 함께 운영한다.
뿌자는 힌두어로 '신과의 의사 소통을 위해 매일 행하는 의식'을 뜻하는데 '뿌리 바지'(6000원)와 '치킨 마카니'(8000원)를 많이 찾는다. '뿌리 바지'는 인도 길거리에서 먹는 간식 거리로 속이 빈 튀긴 빵과 이집트콩 · 감자 · 향신료 등을 곁들인 카레이고 '치킨 마카니'는 치킨과 마살라를 넣어 만든 카레다.
인도 · 네팔 음식점에 가면 꼭 '치아' 혹은 '차이'(2000~3000원)라고 부르는 차를 마셔 보길 권한다. 홍차에 따뜻한 우유 · 생강 · 마살라 등을 넣어 만드는데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인도 사람들은 하루에 20잔도 넘게 마신다고 한다.
◆사마리칸트,사마르칸트,사마루칸트?
2 · 4 · 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운동장역 5번 출구 앞 광희빌딩 뒤편에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이 중 한 골목 안에 줄 지어 있는 세 음식점은 간판에 '사마리칸트''사마르칸트''사마루칸트'라고 각각 적혀 있다. 모두 아모노므 사흐리열헌 사장(38)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다. 그는 "3곳 모두 같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간판을 만들 때 한국 사람들이 발음을 듣고 제각기 다르게 쓴 것"이라며 웃었다.
우즈베크 음식이 한국에 없다 보니 그 맛이 그리워 고향 이름을 딴 식당을 냈단다. 샐러드,빵,꼬치,수프 등 40여 가지 우즈베크 전통 음식을 판매한다. '삼사'(고기가 들어간 빵 · 1개 2500원)를 주문했더니 "차나 음료수는 안 마셔요?"라고 능숙한 한국말로 물었다. 삼사는 페이스트리에 고기를 넣고 오븐에 구운 것으로 크기가 주먹 만해 남자도 한 조각이면 든든하다.
옆 테이블에선 손님들이 쌀밥 위에 당근,그 위에 고기를 차례로 올린 '플로브'(쇠고기 볶음밥 · 7000원)를 먹고 있었다.
골목길을 나오면 맞은 편에 '고향마을'이라는 뜻인'크라이 로드노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우즈베크 출신의 고려인 김라리사씨(57)가 고향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다. '샤슬릭'(양고기 꼬치구이 · 1개 3500원)과 야채가 듬뿍 들어간 쇠고깃국 같은 '보르쉬'(야채고기수프 · 5000원),칼국수와 비슷한 '라그만'(6000원)이 인기가 좋다.
◆동대문 속 작은 몽골,'몽골 타워'
동대문운동장역 12번 출구에서 나와 첫 번째 골목으로 50m가량 가면 10층짜리 '뉴금호타워'가 있다. 이 건물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사람들이 '몽골 타워'라 부른다.
이곳에선 한국인이 이방인이다. 휴대폰 상점,식당,여행사,사진관 등이 모두 몽골인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 건물엔 2,3,7층에 음식점이 한 개씩 있다. 3층 '잘로스'의 사마 바이르마 사장(36)이 한국말을 할 줄 아는데 잘로스는 '젊은 사람들'을 의미한단다. 실제로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20대 젊은이들이었다.
이곳에선 '바이시타체'(만두우유차 · 小 3000원,大 5000원)가 눈에 띈다. 우유와 몽골 녹차를 끓인 물을 섞고 양갈비를 넣어 우려 낸 국물에 만두를 넣어 만든다. 또 양파와 고기를 넣은 '보츠'(찐만두 · 8개 5000원)와 넓적한 모양의 '호쇼르'(군만두 · 1개 1000원) 등을 즐겨 먹는다.
글=최진석 · 강유현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