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찬성론자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집값 불안 우려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개 종목이 상한가로 치솟았다고 해서 전체 주식시장이 과열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강남 등 일부 지역만 보고 집값을 평가하기는 힘들며 앞으로 집값이 급격히 오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남은 규제까지 풀면 일부 지역에서 투기바람이 일고 1~2년 뒤 집값이 급등할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현재 처한 경제상황을 볼 때 지금은 그런 문제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과열이나 투기 조짐이 보이면 다시 규제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규제 완화 반대론자들은 "한 번 오른 집값은 쉽게 잡기 힘들다"며 경기회복 이후의 집값 불안 '후폭풍'을 우려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실물경기가 회복돼야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것이지 부동산 규제를 푼다고 경기가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으로 부동산 규제를 푼 만큼 집값 불안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남겨둬야 한다"며 "가격통제 시스템을 모두 없앨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엔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선으로 낮았지만 지금은 분양가 자체가 높다"며 "분양가 거품이 빠지기도 전에 상한제를 비롯한 모든 규제를 없애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용인 신봉지구를 사례로 꼽았다. 이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값은 3.3㎡당 1400만~1500만원대인 데 비해 주변 기존 아파트값은 3.3㎡당 1000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기업들의 임금 동결이나 삭감 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마당에 집값이 오를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 입장에서는 집값 오름세가 최고 악재"라며 "규제 완화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