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실물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쁜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업 기반이 지방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타격을 받아 지방 경제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의 지방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5년 1분기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종전의 최저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의 -11.2%였다.

지방의 제조업 생산은 작년 2분기 9.9%에서 3분기 5.8%로 증가폭이 둔화했다가 4분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월별로도 작년 10월 -2.5%에서 11월 -14.6%,12월 -20.0%로 감소폭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매우 낮은 서울의 경우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작년 11월 -17.5%에서 12월 -15.3%로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면서 작년 4분기 지방의 대형 소매점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7년 1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부문별로도 백화점(-5.3%)과 대형 마트(-2.4%)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작년 4분기에 13.7% 줄었고 건축 착공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둔화로 지방 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