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매료시킨 인도영화] 볼리우드…헐리우드를 비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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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경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아카데미 8관왕
인도 대기업 자본도 할라우드 '접수' 본격 시동
스필버그도 볼리우드에 손벌려
인도 대기업 자본도 할라우드 '접수' 본격 시동
스필버그도 볼리우드에 손벌려
"자이 호!(Jai Ho · 힌두어로 '파이팅!')"
지난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종전엔 결코 들을 수 없었던 힌두어 노래가 식장 가득 울려 퍼졌다.
바로 최우수작품상과 주제가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쓴 인도 · 영국 합작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이하 슬럼독)'의 주제가 '자이 호'였다. 이 곡의 작곡자로 시상식에 직접 나와 노래를 열창했던 인도의 유명 영화음악가 A R 라흐만은 "이 순간이 오기까지 인도 영화계가 90여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렸다"며 "이 상은 인도인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 빈민가 출신의 18세 청년이 퀴즈쇼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내용의 '슬럼독'은 비록 감독이 영국인인 대니 보일이고 인도에 대한 편견적 시각을 담은 '짝퉁 인도 영화'란 비판을 받았지만,할리우드에 '볼리우드(Bollywood)'의 위력을 과시한 첫 작품이란 점에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 실제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인 다라비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한 명 없이 오로지 인도 배우들만이 출연했으며 대사도 대부분 힌두어로 구성됐다. 이 영화 이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비영어권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슬럼독'을 계기로 최근 세계 영화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볼리우드'는 인도 경제의 중심지인 뭄바이의 영어식 표현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흔히 인도 영화계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인도 영화=볼리우드'는 아니다. 인도 영화계에서 볼리우드는 뭄바이 지역을 중심으로 힌두어 대사로 제작되는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론 타밀어를 사용하는 첸나이 지방의 '콜리우드(Kollywood)'와 말라얄람어를 사용하는 케랄라 지방의 '말리우드' 등 인도 내 다양한 지역에서 저마다의 영화 시장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도 내에서만 수백개의 언어가 쓰이기 때문에 한 가지 언어로만으론 전체 인도인들의 영화 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영화의 천국이다. 인도 영화시장이 커진 가장 주된 원인은 인도의 엄격한 신분제인 카스트의 구분 없이도 모든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락거리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한 해 평균 1150여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하루 평균 관객 수만 1450만명에 달하며,1년 동안에만 약 42억장의 영화표가 팔려나간다.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은 97%에 달해 할리우드 영화가 유독 맥을 못 춘다. 영화산업에서 18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고,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무역흑자의 40%를 차지한다. 인도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영화시장의 총 매출은 전년보다 13.4% 증가한 22억7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에 달했으며,2013년까지 35억달러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볼리우드 영화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이 모든 영화에 흥겨운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내용도 대부분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다. 영화 한 편당 상영 시간이 보통 3시간이 넘어가 인도 극장에선 상영 중간에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톱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볼리우드의 역사는 1913년 인도 최초의 무성영화인 '라자 하리샨드라'에서 출발된다. 그 당시엔 자체적인 영화제작 기술이 없어 서방 국가에서 제작 스태프들과 영화 배우들을 데려다가 썼다.
하지만 1931년 인도의 첫번째 유성영화 '알람 아라'를 기점으로 지금의 볼리우드 영화 형태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한다. 1990년대 들어 볼리우드 영화가 본격적으로 수출되면서 영화를 통해 인도 고유의 전통 문화와 민족성을 세계에 알리며 각광받게 됐다.
미국 영화계에서 볼리우드의 영향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 최대 미디어그룹인 릴라이언스ADA그룹의 계열사 릴라이언스 BIG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SKG와 36편의 영화를 공동제작하기로 했으며,북미지역 극장 200개를 인수했다. 또 워너브러더스는 지난달 미국과 인도에서 동시 개봉한 액션 코미디 '찬드니 초크 투 차이나'를 시작으로 4편의 볼리우드 영화를 인도 제작사와 합작하기로 했고,2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라크라이트'에는 인도 감독인 셰카르 카푸르를 기용하기로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지난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종전엔 결코 들을 수 없었던 힌두어 노래가 식장 가득 울려 퍼졌다.
바로 최우수작품상과 주제가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쓴 인도 · 영국 합작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이하 슬럼독)'의 주제가 '자이 호'였다. 이 곡의 작곡자로 시상식에 직접 나와 노래를 열창했던 인도의 유명 영화음악가 A R 라흐만은 "이 순간이 오기까지 인도 영화계가 90여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렸다"며 "이 상은 인도인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 빈민가 출신의 18세 청년이 퀴즈쇼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내용의 '슬럼독'은 비록 감독이 영국인인 대니 보일이고 인도에 대한 편견적 시각을 담은 '짝퉁 인도 영화'란 비판을 받았지만,할리우드에 '볼리우드(Bollywood)'의 위력을 과시한 첫 작품이란 점에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 실제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인 다라비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한 명 없이 오로지 인도 배우들만이 출연했으며 대사도 대부분 힌두어로 구성됐다. 이 영화 이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비영어권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슬럼독'을 계기로 최근 세계 영화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볼리우드'는 인도 경제의 중심지인 뭄바이의 영어식 표현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흔히 인도 영화계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인도 영화=볼리우드'는 아니다. 인도 영화계에서 볼리우드는 뭄바이 지역을 중심으로 힌두어 대사로 제작되는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론 타밀어를 사용하는 첸나이 지방의 '콜리우드(Kollywood)'와 말라얄람어를 사용하는 케랄라 지방의 '말리우드' 등 인도 내 다양한 지역에서 저마다의 영화 시장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인도 내에서만 수백개의 언어가 쓰이기 때문에 한 가지 언어로만으론 전체 인도인들의 영화 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영화의 천국이다. 인도 영화시장이 커진 가장 주된 원인은 인도의 엄격한 신분제인 카스트의 구분 없이도 모든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락거리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한 해 평균 1150여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하루 평균 관객 수만 1450만명에 달하며,1년 동안에만 약 42억장의 영화표가 팔려나간다.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은 97%에 달해 할리우드 영화가 유독 맥을 못 춘다. 영화산업에서 18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고,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무역흑자의 40%를 차지한다. 인도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영화시장의 총 매출은 전년보다 13.4% 증가한 22억7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에 달했으며,2013년까지 35억달러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볼리우드 영화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희극이든 비극이든 상관없이 모든 영화에 흥겨운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내용도 대부분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다. 영화 한 편당 상영 시간이 보통 3시간이 넘어가 인도 극장에선 상영 중간에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톱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볼리우드의 역사는 1913년 인도 최초의 무성영화인 '라자 하리샨드라'에서 출발된다. 그 당시엔 자체적인 영화제작 기술이 없어 서방 국가에서 제작 스태프들과 영화 배우들을 데려다가 썼다.
하지만 1931년 인도의 첫번째 유성영화 '알람 아라'를 기점으로 지금의 볼리우드 영화 형태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한다. 1990년대 들어 볼리우드 영화가 본격적으로 수출되면서 영화를 통해 인도 고유의 전통 문화와 민족성을 세계에 알리며 각광받게 됐다.
미국 영화계에서 볼리우드의 영향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 최대 미디어그룹인 릴라이언스ADA그룹의 계열사 릴라이언스 BIG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SKG와 36편의 영화를 공동제작하기로 했으며,북미지역 극장 200개를 인수했다. 또 워너브러더스는 지난달 미국과 인도에서 동시 개봉한 액션 코미디 '찬드니 초크 투 차이나'를 시작으로 4편의 볼리우드 영화를 인도 제작사와 합작하기로 했고,2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라크라이트'에는 인도 감독인 셰카르 카푸르를 기용하기로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