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이면 경기도 기흥에 3630㎡ 규모의 '제2 앙드레김 아틀리에'가 문을 연다. 건물은 396㎡ 규모이고,나머지 공간은 모두 나무와 꽃이 가득한 정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앙드레김은 지난해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체크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현재 건물은 다 지었고 조경공사만 남았다"며 "단순히 앙드레김 별장 수준이 아니라 이곳에선 앙드레김 디자인 연구활동이 이뤄지고,최초의 '가든 패션쇼'도 열 것"이라고 자랑했다. 지금까지 패션쇼는 600~700명 이상 참석하는 대규모로 진행했지만 이곳에선 100명 안팎만 초청해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유럽 왕정과 같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는 설명이다.

앙드레김 패션쇼에는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제 패션쇼는 단순히 해당 시즌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상업적 행사가 아니라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봐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페라,클래식 공연 등은 당연히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행사로 여기면서 패션쇼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패션쇼는 여성들만 참석하는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남성들도 많아졌다"며 "해외 대사를 행사에 초청하면 부부 동반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늘 부러웠다"고 말했다.

앙드레김은 1966년 첫 무대인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쉬지 않고 미국,일본,중국,스페인,하와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호주 등 각국에서 화려한 무대로 한국의 패션을 전파하고 있다. 올해에도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해외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1994년),몽골 울란바토르(2002년),캄보디아 앙코르와트(2006년) 등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에서도 패션쇼를 열어 이목을 끌었다.

그는 "89개국 해외 대사들과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면서 이 같은 영감을 떠올린다"며 "어려서부터 세계사와 지리에 흥미가 많은 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각국의 역사와 특징을 줄줄이 꿸 정도로 역사 · 지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는 "아직도 패션쇼 무대를 마련하고 싶은 장소가 많다"며 "현대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시성과 순수함이 살아 있는 라오스,미얀마,티베트,타히티 등을 꼽았다.